글을 쓰면서 마음을 돌아보고 치유하는 과정에서 그 어느 때 보다 감사하는 마음이 커졌다.그 감사에는 크고 작게, 눈에 보이게, 보이지 않게, 나를 위해 기도해주고 사랑해준 수많은 인연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사라지고 싶을때, 따뜻하게 한 마디 건네줬던 친절한 얼굴들을 잊지 않는다. 때로는 같이 있어 주기만 해도 사라지고 싶은 슬픔이 가신다. 그 한 사람이 참 고맙고 귀하다.
엄마가 쓰신 시 중에서 그런 나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시가 있어서 반가웠다.
<내가 혼자가 아닌 것은>
-송옥례-
내가 혼자인데, 혼자가 아닌 것은.
서로서로 사랑으로
내 마음, 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음일세
날마다 희로애락을 같이 할 수 있고
내 마음 깊은 곳엔 하느님이 계시고
내 곁엔 이웃, 친구, 형제..
사랑하는 자녀들이 있으니..
행복과 감사가 넘쳐요..
이 연결감은 엄마가 지금까지의 힘든 세월을 견뎌 온 힘이다.
늘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엄마는 현재의 상황을 긍정하셨다. 그 속에 감사할 일을 찾아 감사를 하셨다. 누가 봐도 운이 없고 고난 길인데도 엄마는 그만하기 다행이라고, 그 속에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고 감사를 하셨다. 후에 내가 우울증과 불안 장애, 사라지고 싶은 충동을 극복하고자 읽었던 수많은 책에서 알게 되었다. 엄마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삶의 태도를 이미 알고 계신 분이라고 말이다. 경제적으로 엄마가 큰 부를 이루지 못했어도 엄마는 내게 이미 큰 성공자이다. 그 힘들다는 암을 극복해내셨고, 가난을 물리쳤으며, 알코올 중독 남편을 해냈고, 자식 세명을 너무나도 잘 키우셨다. 이것보다 더 큰 성공이 있을까? 엄마의 해내고자 하는 마음에 경의를, 존경을 표하고 싶다.
책의 마지막 파트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이런 삶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느 집이나 고난이 있고 불화가 있을 것이다. 각자의 다른 이유로 우리는 소위 말하는 '불행한 가정'으로 전락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는 늘 선택할 수 있다. 우리 엄마가 선택한 삶의 태도처럼, 어두움에 집중할 것인지, 빛에 집중할 것인지는 언제나 선택의 문제이다. 나는 엄마처럼, 삶의 빛을 선택하기로 했다. 어둠이 수시로 우리를 덮칠 때 무시하지 않고 어두움을 인정하고 그리고 떨어져 바라본다.
빛과 어둠을 안은 삶을 바라보는 관찰자인 내가 있다. 어둠과 빛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빛을 선택한다. 빛에 집중한다. 이것이 우리가 평온해지는 지혜이다. 어둠에 머무를 때, 우리는 하나의 물방이 되어 홀로 외롭다. 끝날것 같지 않은 거친 파도가 치는 시간이 두렵기만 하다. 그러나 빛에 머무를 때는, 우리 모두는 거대한 바다의 품에서 같이 흐른다. 물방울도 파도도 바다의 품에서는 두려울 것이 없다. 내가 바다임을 잃지 않으면 근원적인 외로움은 사라질 것이다.
모든 것들은 연결되어 있고 그 본래 하나인 우리를 이해하면 삶이 따스한 봄날이 된다. 사계절이 엄연히 존재하는 우리 삶이지만 마음만큼은 언제나 봄날처럼 따뜻할 수 있다. 무엇에 에너지를 쏟을지 스스로 선택을 할 수 있는 우리는, 모두가 삶의 주인공이다. 주인공으로서 이 연결감을 잃지 않고 살면 좋겠다. 일흔의 엄마가 쓰신 따뜻한 시 처럼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그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하늘을 바라보면 별이 있고 태양이 있다. 햇볕이 늘 우리 곁에 있으며 불어오는 바람 한 자락에도 사랑이 깃들어 있다. 자연의 모든 것이 우리의 한 모습이며 결국 우리도 자연으로 돌아간다. 이 거대한 연결감 속에서 부디 혼자일 지라도 혼자가 아닌 일체감을 느껴볼 수 있길 바란다. 누구도 혼자가 아니기에 삶은 살아볼 만하다. 그럼에도 외로움에 힘들다면, 나와 연결된 그 한 사람에 다가가 먼저 다정을 나눠보면 어떨까? 오늘 만나는 그 한 사람에게 먼저 바다가 되어 준다면 물방울의 외로움은 흩어질 것이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