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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Oct 22. 2024

몽땅 잃어버렸다 해도

[시 쓰는 밤] 상실에 대하여


몽땅 잃어버리고,


나는 편협한 언어라는

날카로운 무기로

화살을 쏜다


화살 하나에 서운함을

화살 둘에 분노를

화살 셋에 슬픔을

화살 넷에 그리움을

화살 다섯에...

화살 다섯에...


화살 다섯이 그에게 날아가자마자

떨리는 몸을 그저 툭 바닥에 떨군다


그제야 알아차린다..


문득 나도 모르게 잃어버린 그 하염없이

그리운 것을 아프게 쏘아대며


어쩌면 그대는 그 자리에 여전히 같은 모습으로

머무는데


아..

그것이 저 혼자 변했구나


불러도 대답 없는 외침에 지쳐갈 때쯤

왜, 무엇때문에 변한 건지 모를 쓸쓸한 그것이

 메아리가 되어 내게 돌아온다


마침 때가 되어 저무는 붉은 해가

같이 울어주는 서러운 밤..


내가 그대에게 쏜 화살은 다시 내게 돌아와

깊고 아릿하게 원을 그리며 내 가슴을 저민다


그대가 몽땅 잃었다 해도

아니 내가 몽땅 잃었다 해도

여전히 여의지 않는 것은


그토록 붉디붉은 그것이었다.




#몽땅잃어버렸다해도

#김리사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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