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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이 한 편의 시가 된다면

시쓰는 밤

by 김리사

어느날, 깨어나보니

내가 없어졌다


한창 재밌는 꿈을 꾼걸까?

내가 알던 세상 속의 '그 나'는 어디로 간거지?


내가 없어져서 한참을 찾았다

나는 누구지?

도대체, 자꾸만 괴롭다고 하는 '나'란 누구지?


문득 나는 '나'를 잃어버리고

그것을 찾으러 집 밖으로 뛰어 다니고 있었다

엄마 잃은 아이마냥 절망의 늪으로 빠져드는 순간,


신기하게도 보였다

내가..


온통 그이들이 나였던 것이다


익숙하던 그 동네에서, 바다에서, 산에서 마주친 그이들이

다 나였던 것이다


그이들이 나를 비춰주었다.


어떤 이는 외로움으로,

또 어떤 이는 사랑스러움으로,

가식으로, 교만으로, 자신감으로,

구질구질함으로, 강인함으로, 깊이 박힌 아픔 덩어리가 되어..


그 어떤 모든 이들이 다 나를 비추는 것이 아닌가..



나는 긴긴 시간 헤메던 걸음을 집 밖에 두고,

이제

집으로 돌아왔다.



집 안은 평온과 고요 그 자체다

다시 세상은 그때처럼 펼쳐지고

이제 나는 집 밖이 아닌

집 안에서 세상 구경을 한다.


세상 경험을 한다


이번에는 더 큰 사랑이 되어,

너 너른 가슴이 되어



지구별 여행자가 되어

당신 눈에서 나를 발견하고, 그렇게 우리로 산다


영원한 그곳에 하나의 별이 될때까지

삶이 온통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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