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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할 수 있는 용기

얼마나 솔직할 수 있을까

by 김리사

'아빠가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



이런 말을,

감히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해도 될까?

글로 써도 되는 것인가..

대표적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말 중 가장 내가 품었던

나쁜 생각 중 하나다.

그렇게 금기를 해치며 떠올려 본 말이 위의

비도덕적이기 짝이 없는 저 표현이다.


(아빠는 이미 돌아가셨다, 그리고 나는

아빠를 몹시 사랑한다.)


나는 어릴 적부터 아빠의 술로 인해 무서운 시절을 보냈다

어른이 된 지금도 그것은 상처로 남아있어,

어쩌면 나의 글은

아빠의 술로 인해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수많은 마음속에 떠다니는 이른바 사악하고 나쁜 생각들은 결국 말이 되지 못하고 마음 어느

공간 속으로 파묻힌다

눈물과 함께, 원망과 함께..


그리고 억눌린 슬픔과 화를

누군가는 그 화살을 자기에게 쏘아댄다.

자기를 괴롭히는 마음이 커지고 커지면 우울증,

타인에게로 분노가 터지면 분노조절장애가 되는 것.


마음에 떠오른 말들을 모조리 문자화해서 글이 되면,

그래서 그 글들이 당사자들에게 가 닿아 버리면,

아마도 눈뜨고 볼 수 없는 험한 사정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비밀 일기장이 생긴 것일까?


다행히도 나는 비밀 일기장과 공개된 글쓰기 장 그 어디를 오가며 통쾌하게 글을 쓴다


나의 첫 책도 그렇게 탄생했다



몇십 년을 묵혀 둔, 험한 말들이 조금 정제되어

책이 되어 나왔다.


숨어있던 마음 아이들은 이제 선녀가 날개옷을 입고 하늘로 날아가는 그런 형상으로, 제 마음을 알아봐

준 것이기에 더 이상 귓가에 맴도는

유령 같은 소리가 되어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오늘, 문득

솔직함에 대해 생각하다 이 글을 쓴다



도대체 우리는 얼마나, 어떻게, 어디까지

솔직해져야 할까


어디까지가 허용되는 솔직함인가.

비밀 일기장의 그 꽉 잠긴 열쇠는 어쩌면 영영,

열려서는 안 될지도 모른다.


오늘 하지만 하나를 솔직하게 발설하겠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는 심정으로,


그리하여, 더 이상 임금님 귀가 그에게, 나에게

문제가 되지 않도록 외친다.




나는 엄청나게 행복하고 인정받고 사랑받는 순간에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사라져 버리고 싶은 슬픈 마음이 내 안에 산다



여전히 진행형인 이 감정을 돌보려고 오늘도 글을 써본다



"너처럼 다 잘하고, 잘 지내고, 사랑받고, 잘하는

아이가 뭐가 문제니?"


이런 소리가 날아들까 봐 그저 묻어버리는 내 안의 목소리,


나는 아직 부족해서, 아직 덜 사랑을 받는 것 같아서,

아직 두려워서, 아직, 아직,

그렇게 아직 뭐가 날아들지 모를 삶이 무서워서


'언제고 틈만 나면 사라지고 싶어..'



'그게 나야..'



.

.

.

.


그래..


그게 너야. 괜찮아..



오늘도 그렇게 마음의 소리를 써 보았다...


참 이상한 일이다.


그래도 괜찮다.


아무 일이 없고 평온해도 ' 나는 문득 지금이다'

'지금이 딱 사라지기 좋을 날 같아..'


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


(나의 해방일지)드라마를 참 좋아했는데

그런 대사들이 와닿아서이다.

극중에서 염미정도 그런 얘길 했었다.

천재지변이 나면, 오히려 잘됐다는 마음이 든다고

말이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구나 한다고.'

묘하게 수긍이 갔다..


그래서 나라는 사람의 의식이

참 묘하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내가 누구이길래,

사라지고 싶다 말하는지 말이다..

나는 누구이길래 이리도 다양한 감정을 품을수

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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