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시작 11:11 에피소드 2
그날, 산책길에서
민희는 반쪽이 빨갛고 반쪽이 푸른 미니 사과를 보았다.
'미니 사과가, 딱 나 같아..'
'아직 붉다고 말하기에 푸르고, 설익었다고
하기엔 붉어져서, 어디쯤인지,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요즘 계속 민희는 생각이 많아져서 그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있었다.
삶과 죽음 그 중간즈음에서 민희가 본건
그날의 앙증맞은 미니 사과 하나,
사라지고 싶음 끝에
신의 음성을 담아 나타난 존재 같은
그 작은 생명.
아직 사라지기엔 삶이 아름답다는 것..
반짝거리는 사과는 너무 크지 않아 좋다.
연약하고 귀여운 아이처럼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생명으로
반짝이는 무엇이었다.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진 안전하다.
수시로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그때가 민희에겐
지옥의 시작이다.
언제부터였을까
왜 그런 목소리가 들려오는 걸까
민희는 알 수 없는 그 목소리에 두려움이 커진 아이이다
거울 속 모습도 사과처럼 반반이다.
왼쪽 얼굴은 순하고 여린 민희, 오른쪽 얼굴은 사악한
독기를 품은 괴물 같은 민희. 언제라도 마땅한 틈이
생기면 죽어 버려라 종용하는 두려운 그것.
자신의 얼굴을 보는 것이 무서워 민희는
어느 날부터 거울을 보지 않았다.
언제부터 얼굴이 반반으로 나뉘었을까
언제부터 민희의 눈빛이 그렇게 나뉘어 있었던 걸까
어느 날,
그가 나타나며, 민희는
그 목소리를 잊었다.
민희의 얼굴에 다시 화색이 돋는다.
사람답게 그렇게, 꽃처럼 예쁘던 민희의 예쁨이
다시 살아나, 벚꽃처럼 환하게 웃어보는 것이다.
두려움에 떨게 하던 목소리를 다행히 여읜다.
희민이었다.
희민이가 불쑥 삶 속에 나타나며,
새로운 세상이 민희의 삶에 피어오른다
희민이 말한다
"네가 그렇게 힘들어 하는 줄 몰랐어..
나는 정말 네가 잘 사는 줄 알았어..
(..너는 행복해야 할 아이인데.
그러려고 그거 보려고 그때 널 놓은 것인데..)"
"나도, 몰랐어..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진,
까맣게 몰랐지.."
민희는 대답한다. 민희 걱정이 한가득인 희민이의 얼굴을 보며,
민희는 묘한 안도와 사랑받는 느낌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자꾸만, 살고 싶다.
희민이를 보니, 자꾸만 행복해지고 싶다.
그 아이는 갑자기 내 삶에 들어와서
죽음의 늪으로 빨려 들어가던 내 손을 잡아 주었다.
목소리를 잠재워주는 희민이가 그냥 고마워서
민희는 그저 조금만 더 가보자, 조금만 더 견뎌보자 하는 것이었다
"나 닿고 싶어.."
희민아..
"나 살고 싶어.."
"행복하고 싶어.."
"그런데 자꾸만 불안이 기본값으로 태어난 사람처럼 나는
행복하면 또 불행해지고,
성취하면 또 성취해야 할 일들 앞에 나를 놓아둬."
"이런 나도 행복할 수 있을까.."
희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