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3년, 달라진 내면세계

by 김리사

세월을 거슬러가서 돌아본다.

나는 왜 글 쓰는 사람이 되었을까?

글쓰기가 나에겐 뭘까? 왜 나는 글을 쓰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람이 되었나?



22년 5월에 브런치 작가가 되어 활발하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브런치스토리 작가 도전은 나에게 운명처럼 다가왔었다. 블로그로 단상을 주로 적던 나는 지인들이 브런치작가로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았고, 이전보다 조금 더 치열하게 글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을 그때 품었었다.


결과는 한 번에 통과였다. 아주 아주 운 좋게도 나는 한 번에 브런치작가가 되었다. 내 글이 엄청 훌륭하고 좋아서라기보다 분명하게 쓰고 싶은 색깔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내 주제는 내면 성장, 내면 아이 치유, 우울증, 불안장애의 극복이었다.



3년이 넘도록 글을 쓰면서 한 가지 선명하게 깨달은 점이 있다.

글쓰기는 분명 우울증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내향적이고 부정편향이 큰 사람도 어느 정도 마음이 들여다봐지는 경지에 오른 것을 보면 말이다. 내가 요즘하고 있는 작업은 매일 아침 단상을 쓰는 것이다. 주제는 없다. 그냥 아침에 떠오르는 대로 적는다


원하는 삶의 모습을 스크립팅하여 긍정확언으로 만들어서 쓰고 그것을 소리 내어 읽는다. 아침 단상을 그 위에 먼저 쓰고 그렇게 아침 글쓰기 루틴이 끝난다. 그렇게 시작한 하루는 힘이 있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 적어도 알고 길을 떠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무엇을 추구하며, 오늘은 어떤 보람을 하루를 살아야 할까에 대한 답을 얻는 시간이다.


그렇다면 글쓰기 3년을 하고 나는 우울증, 불안장애가 정말 극복되었을까?


안타깝게도 우울증과 불안장애는 여전히 극복되지 않고 내 삶과 동행중이다. 이제는 그냥 그런 마음들이 친구 같다. 오랜 친구. 글을 쓰기 이전의 삶에서는 그저 그 마음에 휘둘리고 살았다면 이제는 오면 왔다고 알아봐 주고 인사도 해주는 정도이다.


주로는 저녁 무렵에 만나는 불안과 우울이 많은데, 밤에는 감상적이게 되기도 하고, 주로 내 삶의 힘든 일들은 밤 시간에 많이 일어나서 그런 것 같다. 시간과 장소에는 에너지, 사념들이 서려 있다고 하지 않는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은 아침이고 내가 주로 글을 쓰며 기분 좋게 머무는 공간이라 글이 더 잘 써진다. 이렇게 기운이 좋은 장소를 찾아 내 몸을 두는 일도 우울증 극복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해 주고 싶다.


3년을 브런치작로 글을 쓰면서 가장 크게 성취한 일은 브런치에 쓴 글들을 모아 잘 엮어서 책 2권을 출간했다는 것이다. 3년에 책 2권이면 참 훌륭하다. 나는 그저 브런치 서랍에 내 글들을 넣어 두지 않고 세상 밖으로, 책의 형태로 내어 놓은 것이다.


물론 유명 작가들처럼 대형 출판사의 스폿라이트를 받고 한 출간은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인생 일대의 성취의 장면으로 남겨 두고 싶다. 아프던 마음을 꺼내놓고 그것도 공개적인 출간의 형태로 해버리니, 더 이상 내 마음이 숨을 곳이 없이 내 취약함을 까발린 셈이다. 그리고 그 속에 치유가 있었다.


왜 글을 쓴다는 것은 치유적일까?

아픈 것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기 때문이다. 많은 연예인들과 공인들이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것을 알고 있다. 자살도 하고, 공황장애로 고통스럽게 지내는 공인들을 보면 너무 슬프고 하염없이 같이 괴롭다.


나 또한 삶을 버리고 싶은 마음을 수없이 만났기에 더 그런 것 같다. 그럼에도 살아가야 할 이유를 글을 쓰며 깨닫는다. 글을 쓰면 현실이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내 아픈 마음이 수술대에 올라와서 치료를 받는 기분이 든다. 꺼내어 보살펴주는 일이 글 쓰기인 것이다.



살면서 어찌 마음속의 모든 말들을 다 글로 쓰고 말로 내뱉을 수 있을까? 하지만 정제된 방향이라도, 글을 쓰다 보면 해방감이 느껴진다. 욕을 써도 나쁠 것이 없고, 나를 고통에 빠뜨리는 그자들을 글로 처단할 수 있음에 자유롭다. 그리고 썼다 수정하고 지울 수 있으니 안전하다.



오늘도 그래서 글을 쓴다.

나는 어떻게든 살아야겠기 때문이다. 이제는 글을 쓰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다. 내 마음을 만나지 않고서는 더 이상 나답게 사는 방법을 모른다.



마음을 만나다 보면 괴물 같은 아이도 뛰쳐 나온다. 바로 어제도 만난 그 아이. 냉엄한 심판자아의 눈에서 보면 그 아이는 가차 없이 퇴출감이다. 하지만 글쓰기 장에서는 어떤 마음도 그냥 수용해 준다. 그래서 그 아이가 떠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그 아이는 알고 보면 여리고, 순정적인 아이다. 그냥 자기가 믿고 있는 것을 진실로 알기 때문이다. 더 큰 눈에서 보면 그 아이는 참 두려움이 많고, 여린 소녀 같다. 지고지순하고 바보 같기도 하다. 언제든지 사랑을 못 받는 순간 두 눈을 그렁그렁 거리며 눈물을 떨구는 아이


그 순하고 여린 아이가 내 안에 살고 있어 어쩌면 나는 이렇게 섬세한 감수성으로 글을 쓸 수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참 감사하다.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 줄 수 있어 참 다행이다. 나는 죽기 전까지 스스로 죽지는 않을 것임으로 그것 또한 감사하다


오늘도 여전히 글 쓰기는 나를 살리는 치유제다. 오늘도 내 마음을 쏘아 올리고, 그 마음은 우주로 날아간다. 언제까지나 모든 마음들을 소중히 받아 올려주겠다.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된 이유가 다 있을 것임으로, 혼자 일기장처럼 쓰지 말고, 누군가에게 잠시 힘이 되는 따뜻한 글을 부탁해. 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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