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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써지지 않을 때

리사의 love yourself

by 김리사

주말 휴일이다. 노트북 앞에 앉아서 잠시 멍하게 있었다.


요즘 굉장히 바쁘다.

중고등학생들 중간고사 기간이라 공부를 봐주고 있는 선생님으로서 할 일이 많다. 그 외에도 기업체 출강을 나가고 있어 이런저런 수업 준비들이 있다. 그런 영어 하는 일로 바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나의 마음이 더 바쁜 것 같다. 계속해서 마음이 속삭인다.


"그렇게 살다가, 나중에 후회할 거야. 어서 그걸 해, 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늘 하고 싶었던 것."


나는 늘 궁금했다. 도대체 나는 뭘 해야 온 마음으로 내 영혼이 기뻐할까? 요즘 내 느낌에 집중하고 지내며, 내가 뭘 해내야 하는 사명을 안고 온 것인지 스스로 묻는다. 왠지 모르게 지금 하는 영어 수업 이외에 다른 미션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바로 글쓰기다.

영어를 전공하고, 영어 공부방 선생님, 영어 출강 강사로 15년 넘게 쭉 살아왔는데 왜 나이 마흔이 다 되어 내 인생에 글쓰기가 들어왔을까?


어느 날 삶이 너무 지옥 같을 때, 나는 글이 쓰고 싶어졌다.

삶에 고난이 오면 사람들은 여러 선택을 한다. 어떤 이는 술에 절어 살기도, 운동 중독이 되기도, 식탐으로 번지기도, 담배로, 나쁜 약으로, 여러 가지 방법들을 택한다.


나도 물로 술과 음식으로 잠시 도피를 가기도 하지만, 그것은 잠깐의 즐거움일 뿐 본질적인 내 고통에 답은 주지 못했다. 그런데 글을 쓰며 받는 치유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지금 이 순간 느끼는 고요와 평온.


글쓰기는 나에게 그런 자유와 고요, 평온을 주었다. 늘 쓰고 있는 순간 나는 내가 아니라 내 안의 그것이 내 몸을 대신 쓰는 느낌이다. 지금 나는 또다시 멍하게 노트북 앞에 앉아 키보드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지금 이런 순간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나의 목소리를 듣는다. 아무 말 없이, 그저 내가 나의 말을 들어주는 시간이 바로 이런 시간이다. 그런데 이렇게 글쓰기를 자기 해방과 치유의 도구로 쓰지만 때론 무슨 말을 쓸지 모르겠고, 말문이 막힐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알아차린다. 내 안에 자신을 꺼내길 저항하는 한 감정체, 혹은 내면아이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마음이 막힌 것을 아는데, 그걸 풀어놓기가 두려워 그 아이는 내 말문을 막고서 그렇게 버티는 것이다. 다 쏟아버리면 자신이 사라질까 봐 두려워하는 아이다.


에고,

에고는 우리 안의 자아이다. 이 에고는 늘 분별하고, 편가르고, 우울과 불안에 집중하게 한다. 오늘도 나는 에고의 저항을 만나 한참을, 그것도 아주 한참을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그러다 시작된 글쓰기라 더 소중하다.


마음을 걸림 없이 쓰고 싶어 나는 작가가 되었다. 누구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사랑받는 글을 쓰려는 욕심은 내려놓고 다시 그냥 하고 싶은 내면의 소리를 따라 적으면 된다.


마음이 막힐 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잘 쓰려하지 말고, 그냥, 나오는 이야기를 대신 받아 적는 자의 위치로 가라고. 그저 네가 쓰는 것이 아닌 네 안의 그 아이가 너의 손을 통해 묵은 에너지와 같은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임을 알아차리라고 말이다.


처음엔, 그저 네 마음하나 보는 일로 충만하지 않았냐고. 언제부턴가 누군가를 위해 감동을 주는 글을 쓰려고 했는가? 그러기 시작하면 힘이 들어간다. 비난받고 싶지 않아서 언어를 거르고, 다시 순화시키게 된다. 나는 날것의 그것을 토해놓는 내가 좋았다.


그렇게 나온 것이 <사라지고 싶은 너에게>였다. 작가라는 이름을 준 책이기도 하지만, 내 안의 목소리를 따라 그저 써 내려간 책이라 아주 소중한 책이다. 책의 완성도를 따지면 엉망이기 짝이 없는 책이다. 퇴고를 많이 거치지 않았고, 편집자의 손길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소중하다. 온전히 내 안의 내 목소리를 받아 써 내려가 준 것이니까.


오늘은 날씨가 흐리고 마음이 좀 가라앉는다.


유명하고 큰 존재가 되어야 제대로 산 것이라는 목소리로 나를 깎아내리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렇게는 아직 멀었다고. 더 크게 더 많이 돕고, 헌신하며 살아보라고 하는 존재.


그런데 작은 나는 두렵다. 어떻게 더 크게 사람들을 도울지 모르겠고, 지금도 나는 여전히 부족하고 나약한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결국, 답을 찾아갈 것이다. 글을 쓰면서, 그 내면의 소리가 바른 방향으로 나를 인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것이 아닌 신성이 내 삶을 끌어갈 때, 제대로 마음이 평온하고 합일된 느낌이지 않을까?


그때는 억지로 노력하는 내가 아니라, 저절로 내 안의 신성의 힘으로 영향력을 크게 가진 내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그런 영광 같은 것 말이다.


두 번의 아마추어 책 쓰기는 성공했으니, 이제 매일, 꾸준히 마음을 듣고 글을 써보자


글쓰기가 막힐 때, 답은 하나.


그냥 나오는 대로 써 봐!!

잘 쓰려하지 말고, 정리하려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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