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곳에 성장이 있다

리사의 마음 카페

by 김리사

나도 좋은 글을 쓰고 싶어


내면 아이를 치유하기 위한 글쓰기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3년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내 안의 고요한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어 책 세 권으로 엮었고, 나처럼 상처를 글로 치유하고자 하는 이들의 책 작업도 함께했다. 네 명의 작가와 함께한 출간 기념회, 북토크에서 사회를 보던 날의 긴장과 설렘도 아직 눈앞에 생생하다.

그 모든 시간은 마치 작은 불씨가 조금씩 타올라 따뜻한 불꽃이 된 여정이었다.
5년 전, 이런 일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이제는 글의 방향을 조금 바꾸려 한다. 마음을 따라가는 글도 좋지만, 더 많은 사람의 마음에 닿는 글을 쓰고 싶어졌다. 그 결심과 함께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어떻게 써야 더 좋은 글이 될까?” 이 질문을 품고, 나는 오늘도 글 앞에 앉는다.


글쓰기 합평회에 갈 결심과 빨간펜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내 글에 빨간펜이 가득 그어질 준비가 되었다. 그 생각을 하니 초등학교 글짓기 시간이 스르르 떠올랐다. 딱딱한 나무 책상에 앉아 글쓰기를 마친 종이 위에 연필을 굴리며 기다려 보던 그때. 작문 선생님은 빨간펜으로 내 글을 휘갈기듯 고쳐놓으셨고, 나는 고쳐진 글을 들여다보며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화끈거렸었다.


그 기억은 지난달 첫 글쓰기 합평회에서 다시 소환되었다. 부산에서 오신 코칭 선생님과 네 명의 작가가 함께한 자리. 내 글이 인쇄된 종이가 책상 위로 놓여져 있고, 그 위에 빨간 줄과 동그라미, 물음표들이 늘어가던 풍경.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 밑줄을 따라 눈을 움직였다. 낯설고 부끄럽고, 어쩐지 익숙한 기분이 동시에 밀려왔다.


선생님은 내 글을 읽고 말씀하셨다.
“종이의 경제성이란 게 있어요. 이건 낭비예요. 같은 말을 자꾸 반복하고 있어요.”


내 글은 이미 3년간 마음 가는 대로 써온, 늘어지기 쉬운 문장의 집합이었다. 고치고 싶었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던 오래된 습관이 선명히 드러난 순간이었다.


첫 번째 합평회에서 얻은 다섯 가지 배움은 이것이다.


문장은 짧고 간결하게.

글의 개요를 잡고, 문장들이 주제를 벗어나지 않도록 할 것.

추상적인 말보다는 구체적인 장면, 사례, 묘사를 활용할 것.

독자에게 친절하게. 독자는 나를 모른다. 한 문장이 닿기까지 맥락과 단서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도록 생생하게 묘사할 것.


이 다섯 가지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내 글에 실제로 적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내 문장 어디서 불친절함이 시작되는지를 하나씩 짚어 들려주실 때마다, 머리가 아니라 몸이 먼저 반응했다.
“아, 이게 내가 그동안 못 본 부분이구나.”

한 문장, 한 단락이 마치 붓질이라도 되듯 고쳐지고 나자, 문득 깨달았다.

“아, 나는 지금 글을 다시 배우고 있구나. 이제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겠구나”



그리고 어제가 두 번째 합평회 날이었다.
합평회 전에 제출할 글을 쓰려 책상에 앉았지만 손끝이 영 무거웠다. 자꾸만 딴생각이 났다.


“안 쓰고 싶다.”
“그냥 지금처럼 마음대로 쓰면 어떨까?”

" 잘 쓰려고 하니 스트레스가 밀려 온다."
“그럼에도 나는 왜 자꾸 글을 쓰고 싶지?”


그렇게 이틀을 보내고, 결국 마감 하루 전날 밤에야 다시 노트북을 열었다. 지난번 피드백을 곱씹으며, 내가 쓴 문장들을 지우고 다시 썼다. 한 단어 한 단어에 더 많은 시간을 들였다.


합평회 날, 선생님은 내 노력을 알아봐 주셨다.

“묘사를 살리려 한 게 보이네요.”

그 한마디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하지만 역시, 제목에 맞지 않는 단락은 통으로 없애야 했다. 내가 공들인 몇 문단이 사라지는 순간, 약간의 아쉬움과 함께 또 하나의 배움을 얻었다.

“더 좋은 글은 결국, 덜어냄에서 온다.”


이번 모임은 나에게 또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를 전했다.
“불편한 곳에 가고, 낯설고 어려운 사람을 마주하는 것이 진짜 성장이다.”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내 글을 펼쳐 놓고, 비판을 듣고, 고치고 다시 쓰는 이 과정은 결코 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 내 글이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 저녁 바람이 뺨을 스쳤다.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다음 달엔, 조금 더 나은 글을 써서 선생님 앞에 서자.”


이렇게 오늘 아침 유튜브 쇼츠 <리사의 마음 카페> 채널의 한 쇼츠가 완성되었다.


https://youtube.com/shorts/js5qxRtLv_g?si=Vk3lATUKGQtq6fkR



이전 01화보내지 못한 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