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자고 일어난 일요일 아침, 모처럼의 여유가 집안 곳곳에 머문다. 친정엄마의 손맛이 밴 묵은지로 김치찌개를 보글보글 끓이고, 아쉬운 마음을 담아 도톰한 계란말이를 만든다. 특출 난 요리 솜씨는 아니지만, 맛있게 비워내는 가족들의 모습에 기분 좋은 감사함이 차오른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정오, 남편과 함께 집을 나선다. 남편은 회사로, 나는 그의 회사 근처 스타벅스로 향한다. 가방 안에는 해야 할 일들과 하고 싶은 꿈들이 한가득 담겨 있다. 이곳은 내게 단순한 카페가 아니다. 치열하게 공부하는 장소이자, 고단함을 누이는 쉼터이며, 5년이라는 세월 동안 나를 증명해 온 집필의 공간이다.
준비해 온 건강 도시락으로 가볍게 점심을 해결한다. 삶은 달걀과 토마토, 고구마와 견과류. 내 몸을 정성껏 돌보는 행위는 이미 일상의 루틴이 되었다.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된 아침 기운을 받으며 나만의 시간이 시작된다.
스타벅스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나는 평범한 일상의 나에서 벗어나 다른 정체성을 부여받는 기분이다. 이곳은 내가 나로 거듭나는 시간이며,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하는 온전한 몰입의 현장이다. 그 무엇으로부터도 안전하게 보호받고, 나의 모든 생각이 수용되는 성역과도 같다.
돌이켜보면 이곳에서의 아침 시간 5년은 내 생의 마흔몇 해 중 가장 눈부셨던 시간이다. 그것은 예전의 나를 지우고, 새로운 버전의 리사를 한 줄 한 줄 써 내려간 시간이었다. 글쓰기를 통해 부정적인 생각을 걷어내고 긍정의 확신을 채웠던 시간들이 이 공간에 에너지가 되어 남았다.
앞으로의 5년 또한 이곳에서 매일 새롭게 나를 기록해 나갈 것이다. 오늘 첫 글은 이렇게 이곳에서 열어 본다. 아침의 불안이 저만치 물러간다.
'그래,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내가 잘 못 될 리가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