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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Feb 06. 2023

이 역마살을 어쩌나

지구별 여행자로 살기

역마살이 있는 나는 어떻게 잘 살 수 있을까?



어릴 적부터 나는 지구별 여행자라는 별명에 꽂혔다. 닉네임을 정해야 하면 주저 없이 '지구별여행자'라고 쓴다. 나의 블로그 네임도 '리사의 지구별여행'이다. 사실 청소년 시절부터 나는 존재론적인 질문에 싸여있었다. 왜 태어나서 이 생고생을 다들 하는지, 사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말하던 나는 마음이 무겁고 어둡던 청소년이었고, 류시화 시인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등을 보며 감명을 받았었다..


'어쩌면, 사는 것은 이 지구별에 잠시 여행 온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 그렇게 세계관이 잡히니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아빠의 긴 시간 암투병과 이별 엄마의 몸, 마음고생, 경제적으로 힘든 여건 등 많은 것이 나를 무거운 마음을 안고 사는 아이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돌아보면 지금 어른인 내가 나의 그 청소년 시절을 보면 참 가엽다. 늘 좌불안석으로 아슬하게 하루하루 부모님을 바라보던 어린 나. 어른이 된 나는 이제야 그 아이를 만나 위로를 하며 지낸다.



그 위로 중 가장 좋은 위로는 여행이다. 나의 내면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여행이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나면 정말 행복하다. 살아있는 것 같은 생생한 느낌들이 좋다. 풍경이 바뀌며 생각이 바뀌고 때로는 뇌가 멍 하게 쉬어가기도 한다. 어린 시절 가족들이 여행을 다닌 일이 거의 없어서 아마도 그 결핍으로 온 보상심리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다시 지구별여행자라는 키워드를 떠올렸다. 여행을 나서면 온갖 고생스러운 일들이 생긴다. 그런데도 새롭고 낯선 그곳이 때론 왠지 익숙하고 어쩌면 한 번은 꼭 와봤어야 할 운명의 장소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나의 상상력이 폭발하면서 전생까지도 연결을 시켜본다. 이곳에서 나는 어떤 사람과 인연이 있었을까? 나는 어떻게 살다가 가면 정말 눈감는 날 '이만하면 잘 살았다'라고 말하게 될까? 끊임없이 나를 찾고 묻고 따지고 고민하는 시간이 내겐 여행이다. 역마살이 있는 나는 여행자 체질이다.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곳과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얻는다. 새로운 곳에서 맞는 고된 하루는 숙소에서 한 캔 마시며 푹 쉬는 동안 다시 감사와 행복감으로로 차오른다.


엄마는 나의 역마살을 걱정하시듯 때론 말씀하시지만 사실 아직 에너지가 좋은 나는 이런 역마살이 싫지 않다. 꿈이나 소원을 물어보면 나는 지체 없이 말한다. 세계 여행, 곳곳에 한 달 살기. 혼자 떠나는 여행, 친구와 둘이 떠나는 여행. 연인과 떠나는 여행. 아이와 둘이 떠나기. 모든 떠나기에 내 행복이 쏠려있다. 그러다 지쳐 집에 돌아오면 또 깨닫게 될 나를 안다.



"아.. 집이 정말 최고야.. 집 만한 곳이 없지." 어쩌면 돌아 올 곳이 있어서 여행이 즐거운 것일지도 모른다. 돌아 올 집이 있어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다가 다시 이런 생각을 했다.  삶은 '지구별 여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삶이란 '나와 함께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 아닐까? 출발부터 나와 함께인데 결국 여행을 돌아 나오면 집과 같은 포근한 '나'가 그곳에 여전히 있는 것. 그래서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여행과 같은 것 말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어딜 가나 나는 행복한 사람 같다. 결국 그 길 끝에서 나는 나를 포근하게 맞아 줄 것이고 지금 여행의 여정이 아직 끝나지 않아서 경험하고 성장할 일이 더 많다. 오늘은 더 재미있고 즐거운 경험으로 내 여행을 가득 채우고 싶다. 하나라도 더 보고, 더 겪어야 후회가 덜 할 것 같다. 한 사람 한 사람 제대로 이해하고 친밀해지도록 내 마음을 가득 열어 둘 것이다.



이 역마살을 어쩌나..

그러나 방구석에만 있으면서 심심해하기엔 삶은 생각보다 너무 짧고, 지구별 여행 프로그램은 흥미진진하다. 결국 나에게로, 집으로 다시 돌아올 테지만 기왕이면 최상의 어드벤처를 맛보고 스위트 홈에서 다시 쉬리라. 그간의 마음고생은 더 좋은 것을 얻기 위한 세트메뉴쯤으로 여기면서 오늘도 길을 나섰다.


지구별 여행 패키지,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가보면 또 가고 싶어 진다는 그곳에 나는 오늘 있다. Live your life to the fullest! Why 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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