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속 한국의 놀이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뚝박기 망까기 말타기
놀다보면 하루는 너무나 짧아~”
영화 <선생 김봉두>의 OST로 유명한 노래 ‘보물’의 맨 처음 가사입니다. 이 가사를 듣고 골목, 공터, 개울 어딘가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진다면, 독자 여러분의 머릿속에서도 비슷한 추억을 재생할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같은 가사를 듣고 다 비슷한 기억을 떠올리는 걸까요? 이 짧은 가사 속에 도대체 뭐가 들어있길래, 우리들의 머릿속을 헤집어놓는 마법을 부린 걸까요?
며칠간 머리를 쥐어짜며 고민한 결과, 드디어 그 마법의 근원을 알아냈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찾아낸 마법의 근원인, ‘놀이’라 불리우는 녀석을 살펴보러 갑시다. 비슷하지만 조금 색다른 방향으로 이런 마법을 쓰는, <오징어 게임>을 통해서 말입니다.
<오징어 게임> 속에는 다양한 놀이가 등장합니다. 비록 이번 글에서는 시즌 1의 줄다리기와 시즌 2의 5종경기(제기차기, 팽이치기, 비석치기, 딱지치기, 공기놀이)만 다루겠지만, 이를 포함한 <오징어 게임>의 모든 놀이가 살면서 한 번쯤은 마주해봤을지도 모를 놀이입니다.
제기차기는 엽전과 같이 동그란 고리에 가느다란 천을 묶어 만든 제기를 최대한 여러번 발로 차는 놀이입니다. 삼국시대에 ‘축국’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에서 전래되어 오늘날의 형태로 변형 및 정착되었다고 합니다. 한 발만 쓰거나, 여러 번 차는 대신 멀리 차는 방식으로 승패를 가르는 변형 규칙도 있습니다.
팽이치기는 매끄러운 바닥이 요구되는 특성상, 옛날에는 겨울철 빙판 위에서 자주 즐겼다고 전해집니다. 팽이치기에는 팽이싸움, 오래돌리기, 멀리치기 등 다양한 규칙이 존재하며, 그에 따라 팽이의 형태도 다양합니다. 그 중 <오징어 게임>에 나온 것은 줄을 감았다가 돌리는 ‘줄팽이’의 형태입니다.
공기놀이는 작은 조약돌 5개를 바닥에 늘어놓고, 그 돌을 차례로 공중에 던져가며 줍는 놀이입니다.
참고로 외국에는 비슷한 놀이로 잭스톤(Jackstone)과 너클본스(knucklebones)라는 것이 있습니다. 조그만 조약돌을 놀거리로 여긴 건 전 세계 어디에서도 비슷했나 봅니다.
비석치기는 비사치기, 망까기 등의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며, 자신의 비석을 던져 상대 비석을 쓰러뜨리는 놀이입니다.
비석치기는 탐관오리들의 비석에 돌을 던지거나 발길질을 하던 것에서 생겨났다고 전해집니다. 사회적 불만을 웃음거리, 흥밋거리로 승화시키는 수단이 꼭 글이나 말만 있었던 건 아니라는 중요한 증표이기도 합니다.
딱지치기는 수비 측이 자신의 딱지를 땅에 내려놓고, 공격 측이 자신의 딱지로 수비 측 딱지를 내리쳐서 뒤집으면 승리하는 규칙이 통용됩니다. 이런 규칙을 ‘넘겨먹기’라고 부르며, 그 외에도 바닥에 원을 그려놓고 딱지를 쳐서 원 밖으로 나간 쪽의 딱지를 따내는 ‘밀어내기’ 등 다양한 규칙이 전해집니다.
줄다리기는 두 편으로 나뉘어서 줄을 잡아당겨, 자기편으로 줄을 끌고 온 쪽이 이기는 놀이입니다.
줄다리기는 일종의 농사 의식으로서 벼농사 문화권에서 널리 행해졌기에, 한국,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의 유네스코 무형 문화유산으로 2015년 공동 등재되었습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문화가 존재해서 올림픽의 최초 종목으로 채택되었으며, 현재는 월드 게임의 정식 종목으로 존속하여 프로 스포츠로서의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징어 게임>에 등장했던 놀이를 몇 가지 돌아봤습니다. 여러분은 이 중에서 얼마나 관련된 추억을 갖고 계신가요? 6가지 전부가 될 수도 있고, 어쩌면 하나도 없는 사람 역시 있을 터입니다.
하지만 관련 추억이 많고 적은 차이가 있다는 건, 곧 그 차이를 좁힐 기회가 존재한다는 이야기기도 합니다. 한쪽만이 갖고 있던 놀이의 추억을 같이 갖게 된다면, 그게 곧 인간적으로 가까워지는 것이니까요.
추억은 공간, 순간, 그리고 인간이 모였을 때 비로소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놀이는 추억을 만들 ‘순간’으로서 더없이 뛰어납니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 혹은 너무 오래 못 봐서 조금은 서먹해진 사람과 함께, <오징어 게임> 속 놀이로 추억을 쌓으며 같이 ‘깐부’를 맺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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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CCO 콘텐츠팀 공윤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