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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닿고자 한 소망, 솟대

왜 마을 입구에는 솟대가 있을까

by YECCO


마을 어귀에 우뚝 솟은 나무 장대. 우리나라 마을신앙의 상징, ‘솟대’입니다.

왜 솟대는 마을 입구에 세워지게 된 걸까요?


전통 사회에서 마을의 의미는 지금과 달랐습니다. 마을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개인을 보호하는 사회의 기본 단위이자 함께 삶을 즐기는 문화 공간이었죠.


마을 사람들은 모든 생활공간을 공유하며 아주 끈끈한 공동체를 형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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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Photo_2025-05-24-14-46-29 003.jpeg ©황기모

마을의 일은 곧 제 일과도 같았습니다.

마을이 풍요로우면 그것이 곧 마을 구성원들의 행복이었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이와 같은 마을신앙은 한반도 전역에서 나타납니다. 그 유래는 고대 부족 국가에서 행해졌던 제천 행사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해마다 일정 기간에 음주와 가무를 즐기고, 하늘에 제사를 지내며 부족 공동체의 일체감을 확인하였습니다. 마을은 자치적인 형태로 존속했기 때문에, 한마을 내의 공통된 신앙의 관행은 마을이 유지될 수 있도록 아주 핵심적인 기능을 했던 것이지요.


각 마을의 제사는 명칭도, 형식도, 규모도 제각기 달랐지만, 그 믿음은 비슷한 표식으로 나타납니다.

마을신앙의 대표적인 상징물은 세 가지. 바로 당신, 장승, 그리고 오늘 살펴볼 ‘솟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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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장흥 평장리 마을 입구의 솟대 ©국립중앙박물관 / 우: 늘어선 솟대들 ©신미숙

솟대는 새 모양의 조형물을 나무 장대나 돌 위에 앉힌 형태의 조형물입니다.


대체로 마을 입구에 장승과 함께 세워진 솟대는 외부로부터 잡귀와 액을 막아 마을을 보호하는 기능을 했습니다. 지역에 따라 짐대, 오릿대, 진또배기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렸죠.


KakaoTalk_Photo_2025-05-24-14-46-34 006.jpeg 솟대 위의 오리 ©박종진

장대 가장 끝에 앉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물새, 오리는 예로부터 마을을 화마로부터 지켜주고, 홍수를 막아주며, 농사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는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오리는 물 안팎을 부유하며, 하늘을 날고 땅 위를 걷기도 합니다. 물속은 물론이고, 하늘과 땅까지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솟대를 하늘을 향해 아주 높이 솟아 올려, 지상의 소원을 천계의 신들에게 전달한다는 의미로 생각하였습니다. 솟아 올린 높이만큼, 다양한 바람이 하늘에 전해지길 바란 것입니다.


오리의 또 다른 특징은 철새라는 점입니다. 철새는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닌다는 점에서, 이승에서부터 저승까지를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영물로 인식되었습니다. 오리의 이러한 특성은, 마을의 다양한 욕구와 사람들의 종교적 믿음을 상징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KakaoTalk_Photo_2025-05-24-14-46-32 005.jpeg 오리가 여러 마리 앉은 솟대 ©박정태

그런데, 솟대에는 오리가 꼭 한 마리만 앉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마리가 올라앉아 모두 다른 방향을 향해 있기도 하고, 심지어는 마주 보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이는 마을에서 오리의 힘이 필요한 지점들을 고려하여 그 수와 방향을 결정한 결과입니다. 예를 들어, 어느 마을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건물 두 개 방향으로 바다를 향하는 두 마리 오리를 배치하기도 했습니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은 오리를 통해 모두가 오래도록 평화롭기를 바란 사람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시나요? 이제는 일상에서 솟대를 찾아보기 어렵지만, 그 따뜻한 마음은 남아 우리의 매일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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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CCO 콘텐츠팀 이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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