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1995년의 기록과 오늘.

by YECCO


1995년, 대한민국은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등재하는 데 성공합니다. 경주 석굴암과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그리고 종묘가 그 주인공이었죠. 이는 우리나라의 유산들이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인류가 보존해야 할 보편적 가치를 갖고 있음을 인정받은 실로 자랑스러운 성과였습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2025년, 반구천의 암각화를 포함해 총 17건의 유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23건의 인류무형유산, 20건의 세계기록유산까지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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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석굴암 / 해인사 장경판전 / 종묘 영녕전 ©국가유산포털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란 세계유산혁약(1972)에 의거하여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되어야 할 뛰어난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여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한 유산이다. 이러한 목록을 만든 목적은 보편적 인류 유산의 파괴를 근본적으로 방지하고, 유산 보호를 위한 국제적 협력과 나라별 유산 보호 활동을 고무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같은 해, 우리는 종묘를 둘러싼 논쟁에 휘말립니다. 바로 도시 개발문화유산 보존이라는 두 가치의 충돌이었죠. 사실 오래전부터 이러한 가치 충돌은 꾸준히 있어왔기에 누군가에게는 해묵은 싸움으로 여겨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른바 종묘 논쟁은 서울시와 대한민국 정부 간 다툼으로 번지면서 그 규모와 영향력 면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 논쟁의 결말은 종묘 주변의 도시 개발뿐 아니라 다른 세계유산의 보존과 개발, 나아가 유네스코의 지위와 권한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됩니다.

PYH2025111111190001300_P4.jpg 종묘와 세운4구역 ©연합뉴스


그래서 오늘 우리는 이 논쟁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1995년으로 돌아가보고자 합니다. ICOMOS 전문가들은 1995년 2월, 종묘를 방문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가치가 있을지 직접 눈으로 확인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기록한 ‘종묘에 관한 ICOMOS의 평가 보고서’. 이 보고서에는 종묘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할 것을 요청하는 한국 측의 주장, ICOMOS의 평가, 그리고 등재 근거까지 남아있는데요. 바로 이곳에 종묘 논쟁의 발단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보고서에 담긴 종묘의 역사


종묘는 조선 시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던 유교적 왕실 사당입니다. 조선 초부터 말까지 500여 년의 조선 왕실 역사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대표적인 사적으로 손꼽힙니다. 조선의 왕은 신하들과 이곳을 찾아 선대 왕들을 기리고, 앞으로 자신이 모셔질 이곳에서 삶과 죽음을 생각했을 것입니다. 보고서는 종묘의 역사에 관해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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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정전 / 정전 신실 입구 ©국가유산포털
조선 시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유교적 왕실 사당, 종묘. 태조가 한양으로 천도 후 1394년 12월에 짓기 시작해 10개월 후 완성했다. 이후 세종 원년에 정종의 신주를 모시기 위해 보조 건물인 영녕전이 세워졌다. 그러나 1592년, 임진왜란으로 모든 건물이 소실되었고, 당시 왕이었던 선조가 종묘 신주를 가져갔으나 사당은 완전히 파괴되기에 이르렀다. 1608년에 복원이 완료된 후 영녕전과 정전에 점차 방이 추가되어 현재의 규모에 이른다.


현재 정전에는 19실에 49위, 영녕전에는 16실에 34위의 신주가 모셔져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정전에서 매년 춘하추동과 섣달에 대제를 지냈고, 영녕전에서는 매년 춘추와 섣달에 제향일을 정해 제례를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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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제례 / 종묘제례악©국가유산포털


보고서는 건물의 보존과 진정성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건물의 보존 상태는 양호하며, 지난 30년간 외벽 복원, 정전 서까래 해체 및 복원, 정전 기와 복원 등 여러 복원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료되었다. 부지와 사용의 진정성은 완전하다. 여러 번의 해체와 재건을 포함하는 복원 과정을 거쳤으나 건축 재료와 기술에 대한 철저한 존중이 있어 그 진정성이 유지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서 기본 원칙 중 하나인 진정성은 해당 유산의 문화적 가치가 다양한 속성을 통해 진실되고 신뢰성 있게 표현되어야 함을 말합니다. 종묘의 경우, 여러 차례의 해체와 재건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재료와 기술 및 기법이 그 전통을 따라 세심하게 반영되었기에 종묘가 가진 가치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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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연지(가을) / 연지(겨울) ©국가유산포털



종묘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이유

유네스코는 세계유산을 등재할 때 근거가 되는 명확한 기준을 밝힙니다. 앞서 말한 진정성, 그리고 완전성에 이어 OUV, 뛰어난 보편적 가치를 고려하는 데요. 해당 유산이 뛰어난 보편적 가치를 가지는가에 대한 총 10개의 세부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Ⅰ) 인간의 창조적 천재성이 만들어낸 걸작을 대표해야 한다.
(Ⅱ) 오랜 시간 동안 또는 세계의 일정 문화지역 내에서 일어난 건축, 기술, 기념비적 예술, 도시 계획 또는 조경 디자인의 발전에 있어 인간 가치의 중요한 교류를 보여주어야 한다.
(Ⅲ) 문화적 전통 또는 현존하거나 이미 사라진 문명의 독보적이거나 적어도 특출한 증거가 되어야 한다.
(Ⅳ) 인류 역사의 중요한 단계(들)를 예증하는 건조물의 유형, 건축적 또는 기술적 총체, 경관의 탁월한 사례여야 한다.
(Ⅴ) 문화(복수의 문화)를 대표하는 전통적 정주지(定住地)나 토지 이용, 해양 이용을 예증하거나,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 특히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의 영향으로 환경이 취약해졌을 때의 상호작용의 대표적 사례여야 한다.
(Ⅵ) 사건이나 살아있는 전통, 사상이나 신조, 뛰어난 보편성이 탁월한 예술 및 문학 작품과 직접 또는 가시적으로 연관되어야 한다. (위원회는 이 기준은 여타 기준과 연계해 사용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함)
(Ⅶ) 최상의 자연 현상이나 뛰어난 자연미와 미학적 중요성을 지닌 지역을 포함해야 한다.
(Ⅷ) 생명의 기록이나 지형 발전에 있어 중요한 지질학적 진행 과정, 또는 지형학이나 자연지리학적 측면의 중요 특징을 포함해 지구 역사상의 주요 단계를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여야 한다.
(Ⅸ) 육상, 담수, 해안 및 해양 생태계와 동식물 군락의 진화 및 발전에 있어 생태학적, 생물학적 주요 진행 과정을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여야 한다.
(Ⅹ) 생물학적 다양성의 현장 보존을 위해 가장 중요하고 의미가 큰 자연 서식지를 포괄하여야 하며 과학이나 보존 관점에서 볼 때 보편적 가치가 탁월하지만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을 포함한다.


종묘는 과연 몇 번째 기준에 의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을까요? 사실 대한민국 측에서는 기준Ⅱ와 기준Ⅵ에 부합하므로 등재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요약하자면 단순함, 여백, 수평성 등의 종묘의 건축 미학이 기준Ⅱ가 요구하는 동아시아 유교 문화권 내에서 건축적 상호교류발전의 증거가 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또한 조선 왕조의 근본인 충효라는 유교 이념을 공간과 의례를 통해 지속해 왔다는 점에서 기준Ⅵ가 요구하는 살아있는 전통 및 사상이 연관된 유산임을 주장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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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제례 / 정전 내부 신단 ©국가유산포털


그러나 ICOMOS의 평가에 따르면 종묘는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단계를 증명하는 건물 유형, 건축이나 기술의 총체, 혹은 경관의 탁월한 사례여야 한다.’는 4번째 기준에 부합하였습니다. 또한 이에 대한 근거로 동아시아 다른 유교 왕실 사당과 비교했을 때 종묘만이 가진 독특함을 제시합니다.

종묘는 조선 왕조의 오랜 세월에 걸쳐 구축된 뛰어난 건축 복합체이며, 이 지역의 최고 예술 및 건축적 성과를 대표한다. 동아시아에 다른 유교 왕실 사당이 있지만, 종묘는 여러 면에서 독특하다. 종묘는 가장 일찍 생겨나 비교적 온전하게 보존되었다. 다른 사당보다 훨씬 더 많은 왕실 구성원의 신주를 모신다. 원래 이 체계는 7대를 포함하도록 구상되었고, 명나라 시대에 9대로 늘어나 중국 태묘가 9실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종묘는 14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의 전체 기간을 아우르는 19실을 가지고 있으므로 독특하다.


유적 자체의 온전성과 더불어 ICOMOS가 주목한 종묘의 가치는 독특성에 있었던 것인데요. 신주를 봉안해 모시는 왕실 사당의 전통이 중국에서 기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중국의 전통을 압도적으로 뛰어넘은 규모와 기간이 종묘를 인류의 보편적 유산으로 인정받게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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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정전 전경 / 정전 전경(겨울) ©국가유산포털


전통과 유산의 기원이 누구인지에 급급하던 종래의 가치 논쟁에 새로운 길을 제시한 유네스코의 결정이었습니다. 기원보다도 유산 자체의 독특성과 발전성에 주목하고, 그 가치를 만들고 향유한 그 시대 사람들과 그 가치를 지금까지 보존해 온 사람들의 노력을 인정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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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제례악 연주 / 종묘제례약 일무 ©국가유산포털

또한 등재 권고 부분에서 종묘에서 거행되는 무형유산, 즉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의 지속성이 종묘의 중요성을 더욱 강화시킨다는 점을 언급하였습니다. 종묘제례악과 종묘제례는 각각 1964년, 1975년에 이미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었으나 이후 종묘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힘입어 200년대에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단 한 가지 요청이 있습니다

종묘 등재를 권고하는 결론으로 끝날 것 같았던 ICOMOS 평가 보고서. 마지막 부분에 이런 글이 등장합니다. 이번엔 영어 본문과 해석본을 함께 가져왔습니다.

ICOMOS recommerulations for future action

The Chongmyo complex is surrounded by an adequate buffer zone. Beyond that, however, there is considerable modem urbanization. ICOMOS would like assurances that there will be no authorization of the construction of high-rise buildings in these neighbouring areas that will adversely affect the sight-Iines within the proposed World Heritage site
ICOMOS의 향후 조치를 위한 권고

종묘 단지는 적절한 완충 지역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러나 그 너머에는 상당한 수준의 현대적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ICOMOS는 이 인접 지역에서 고층 건물 건축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약을 받고자 합니다. 이는 해당 고층 건물들이 제안된 세계유산 부지 내의 시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종묘 내 조망권을 해칠 수 있는 고층 건물들의 건축을 승인하지 말 것. 그것이 ICOMOS가 종묘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데 제시한 조건이자 권고였습니다. 종묘가 유네스코에 등재된 지 30년이라는 건 이 약속이 지금까지 잘 지켜져 왔다는 것이겠죠.


하지만 유네스코와 대한민국 사이에 맺어진 이 확약이 서울시의 발목을 잡게 됩니다.



오늘날의 종묘 논쟁

2025년, 서울시는 종묘 앞 재개발 구역에 초고층 건물 건설을 추진합니다. 이 과정에서 유네스코가 권고한 세계영향평가를 무시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영어 잘하는 직원이 없었다.’는 우스운 변명으로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냈는데요. 사실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이 추진된 것은 2006년부터였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2006년, 세운4구역은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면서 재개발 논의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에 사업시행자로 지정된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최고 122M 높이의 초고층 건물 개발 계획을 구상합니다. 그러나 종묘 경관 보호를 위해 수차례의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친 결과, 최대 71.9m의 고도가 설정됩니다. 종묘 앞에 지어질 건물의 높이가 제한된 것이죠.


문제는 높이가 낮아질수록 수익성도 낮아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고도 제한을 풀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합니다. 2023년 10월 ‘서울시 문화재보호 조례’에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밖이더라도 건설공사가 문화유산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인정되면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는 조례를 삭제합니다. 이후 종묘 쪽 건물 높이 98.7m, 청계천 쪽 141.9m로 건물 높이를 완화하는 내용의 재정비 촉진계획 변경 고시를 합니다. 이전 심의 결과로 정해진 높이 제한이 사실상 사라진 것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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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의 세운4구역 가상도 ©국가유산포털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이 조례 개정 과정에 대해 대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합니다만 결국 대법원은 서울시의 손을 들어줍니다. 문화재청장과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해도 법령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이었습니다. 이후 유네스코는 서울시의 세운재정비촉진계획이 종묘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하며 이에 유산영향평가 실시를 권고합니다. 이 공문은 국가유산청에 의해 서울시로 전달되었고 영어원문에 대한 곤란함으로 답한 서울시는 국문 번역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국문 정리본을 보낸 국가유산청, 하지만 회신은 없었습니다.


결국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 계획 결정 및 지형도면을 고시한 서울시. 서울시는 유네스코의 권고에 법적 근거가 없음을 이유로 유산영향평가를 거부합니다. 이에 국가유산청은 종묘 일대를 세계유산지구로 지정했는데요. 세운4구역이 이 범위에 들어가지 않지만 세계유산법에 근거, 유산지구 밖에서 이뤄지는 공사까지도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인정될 경우 유산영향평가를 요청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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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종묘 관리체계 및 세운4구역 위치도 ©서울시 / 국가유산청 종묘 세계유산지구 지형 도면 ©국가유산청



누가 누가 이길까

이 종묘 논쟁의 승리자는 누가 될까요? 점차 정치 다툼으로 번지는 듯한 모양새에 우려가 되지만 결국 이 논쟁은 마무리가 되겠죠.


만약 서울시가 이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먼저 유네스코의 권고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으므로 초고층 건물을 세운다고 해서 받는 불이익이나 처벌은 없을 겁니다. 번듯한 고층 건물과 잘 가꿔진 녹색 지대를 토대로 그 지역의 토지 소유주와 개발 사업자는 이익을 보고, 고층 건물에 들어간 사람들은 ‘종묘 뷰’를 누리며 만족스러운 생활을 이어가겠죠. 깔끔해진 거리와 높아진 접근성으로 상가가 활성화될지도 모릅니다.


다만 종묘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지위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위험이 따릅니다. 그렇게 된다면 유네스코라는 이름 아래 그 가치를 지켜온 전승자들의 자부심은 바닥을 칠 것입니다. 일반 국민들의 종묘에 관한 인식은 더욱 희미해지고, 외국 관광객들의 발길 또한 모으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500여 년의 역사가 담긴 곳의 가치를 더 이상 높게 평가하지 않는 사회 풍토에 이바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정부, 국가유산청이 이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종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서 지위를 유지합니다. 종묘 주변은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지 않아 종묘의 문화적 가치를 온전히 지키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본래 유네스코라는 이름으로 많은 외국인이 방문했던 종묘이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종묘의 가치에 대해 깨달은 많은 내국인들의 방문과 관심이 이어지겠죠.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경제적, 문화적 가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질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세운4구역은 어떨까요? 무려 2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엎어진 재개발이 다시 엎어져 토지 소유자와 개발 사업자의 고충은 깊어져 갈 것입니다. 이미 끝난 철거로 인해 그 땅에서 자산을 지킬 방법은 더 이상 없습니다. 종묘의 가치가 오히려 그들에겐 장애물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게다가 개발이 되지 않으니 노후화된 도시 상태가 더욱 가속화되고 자칫 슬럼가로 변형될 위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찾아야 할 길은 두 가치를 모두 지키는 균형 있는 길입니다. AI에게 해법을 물어보니 종묘의 경관 보존을 위해 고도 제한을 수용하는 대신, 개발 사업의 공공 기여도를 인정하거나 실질적인 행정/재정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개발 주체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창조적 타협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사실 우리는 이미 이 답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은 이 답이 어느 한쪽도 완벽한 승리를 얻을 수 없도록 한다는 점이 아닐까요? 이 논쟁을 제대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일정 부분 손해와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오직 그 길만이 500년 역사를 담은 인류의 유산과 미래 서울의 조화로운 발전이라는, 우리 모두가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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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CCO 콘텐츠팀 민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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