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술을 많이 마시던 때가 있었다.
술자리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술에 취하면 좋아지는 기분이 반가워서 그랬던 이유도 있다.
언제나 느끼지만, 남는 것은 숙취뿐이었다.
그리고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취해버리면 단지 그 상태가 좋을 뿐이다.
전과 후의 상황은 오간데 없이
그리고 남는 것 또한 없이.
지금 상황에 만족한다는 말.
진정한 만족이라면 박수를 쳐서 축하를 해주어야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람에게 만족이 있었나? 싶다.
다시 말해서 지금 상황에 만족한다는 말은,
"아, 이정도면 됐어. 여기까지!"
라는 허탈하고 맥빠지는 말로 들린다.
한근태 작가님은 이 상황을 가장 무서운 상황이라고 말씀하신다.
상황 속에 들어가는 상상을 하고 돌이켜 보았다.
정말이지 무서운 상황이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중에 계속 떠들어대면서 아무런 의미없는 대화를 이어나가고, 돈도 버리고, 시간도 버리고, 몸도 버리는 상황.. 술에 잔뜩 취해가는 상황..
앞으로의 무궁한 내 인생길 앞에서 이정도면 되었다고 스스로 자신을 한정 지으며, 더이상의 노력은 필요없음을 입밖으로 내뱉고는 현재의 상황의 개선을 염두하지 않은 채 소중한 시간과 자신을 버려가는 상황..
무서움을 인지하자.
술에 취(醉)하기 보다는 책을 취(取)하고,
현 상황에 안주하기 보다는 내 인생의 멋진 안주거리를 매일 매일 만들어가자.
무서움은 즐거움으로 반드시 바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