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과 풍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by 예담

상담 에피소드 #1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유독 눈을 오래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좌우로 휙휙 돌려 여기저기 탐색하는 아이가 있어요. 호기심이 많아서일 수 도 있겠지만, 그것이 계속된다면 집중력에 방해가 됨은 당연하겠죠. 모르는 문제가(장애물)이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부터 묻는 아이 (멈추는 아이)가 있고, 틀리든 맞든 마음대로 풀어보는(도전해보는) 아이도 있어요. 먼저 물었던 아이는 맞고, 스스로 시도해보았던 아이는 틀릴 확률이 크겠지만, 나중에 누가 더 빛나고 선명해질까요? 그렇다면 누구를 어떻게 칭찬해주어야 할까요?


놀 때는 땀이 뻘뻘 뛰어놀고, 공부할 때는 또 새로운 학습에 빠져들며, 어렵고 쉬움이 문제가 되지 않는 그저 순간을 즐기는 아이도 있어요. 드물지만요. 순간에 빠져들어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그것이 우리 삶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행복 아닌가요? 그렇다면 아이에게 그런 행복을 주어야 하잖아요. 아니,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취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줘야지요. 우리가 보지 않는 순간에도 언제든 스스로 행복할 수 있도록.


결핍과 풍요로움은,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풍족한 아이들은 새로운 즐거움을 얻기가 쉽지 않지요. 미디어나 게임에 빠진 아이들이 책에 흥미를 붙이기 힘든 것도 비슷한 이치입니다. 자극적이고 생각할 시간도 없이 빨리 바뀌어버리는 화면에 노출되었던 뇌는, 더 큰 자극이 와야 반응을 하기 때문에 종이책이나 공부에는 흥미를 갖기가 쉽지 않아요. 다양한 장난감과 놀잇감이 많은 곳에서는 하나의 놀이에 집중하기 힘들지요. (키즈카페에서 하나를 가지고 오래도록 열중하는 아이는 잘 없듯 말입니다.) 많은 놀이 감속에 이것저것 허둥데고 놀다 보면, 얕은 놀이만 하게 됩니다. 몰입이 힘들어지겠지요.


놀이에는 얕고 깊음이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놀면서도 뇌가 발달하고 있으며, 놀면서 많은 것을 접하고 깨우치기 때문이에요. 아이가 지나치게 산만한가요? 집안 여기저기 널려있는 장난감을 치워보세요! 작은 바구니에 종이, 색연필, 가위, 풀, 종이테이프, 색종이만 담아서 거실 한편에 두세요. 물론 장난감은 창고에 넣든, 처분하든, 정리를 하시고요. 작은 바구니 하나로 충분한 날이 분명히 옵니다. 물론 처음은 어떻게 놀아야 될지 몰라 묻고 징징 데고 지루해하는 날이 있겠지만, 그 지루함속에서도 뇌가 발달되며 창의력이 샘솟는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마시길요.


지루함속에서 생각을 합니다. 무슨 놀이를 하면 좋을지. 아이는 종이에 무언가를 끄적거리다가 잘라도 보고 종이로 무언가를 만들어 역할놀이도 해봅니다. 그것을 뭉쳐서 공으로 던져도 노 프라브럼입니다. 아이의 창의력은 무궁무진합니다. 바구니에 종이 공 던지기 놀이를 할 수도 있겠지요. 종이의 모서리를 모아서 테이프로 붙이고 슬리퍼로 신고 다니기도 합니다. 가족 슬리퍼를 모두 만들어 현관에 가지런히 놓아두기도 하고요. 종이로 망원경을 만들어 색연필을 사이에 끼우고 총쏘기도 해봅니다. 그렇게 만들 수 있는 놀이의 종류는 무한이 됩니다. 생각을 확장시키고 생각을 표현하며 아이는 성취감과 재미를 느끼게 되겠지요. 아이는 웃어요. 엄마에게 스스로 만든 장난감을 스스로 개발한 놀이를 설명하느라 볼이 발 그래져요. 엄마는 설거지를 하다가도 멈추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장단 맞추며 들어주세요. 확장된 생각의 길이 끊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매어주는 것은 엄마의 몫이고 관심입니다. 들뜨지 않되, 진심이 담긴 관심이요.


어렵지요. 말이 쉽지, 어렵습니다. 저는 그게 말처럼 잘 안되더라고요. 되뇌고 늘 생각하려 하고 귀 기울이려 하지만 시시때때로 변하는 나의 감정과 일상의 분주함 속에 한결같음을 유지하기란 달걀을 머리에 이고 걷는 것만큼이나 주의를 요합니다. 어쩌면 그보다 더요. 한 번이라도 애써보지 않은 사람은 어려운지 몰라요. 그러니 잊지 않으면 되지요. 한번 실수하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아이의 마음에 귀 기울이는 것이, 한 번도 실수하지 않고 귀도 기울이지 않은 쪽보다 훨씬 나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자꾸만 틀리고 다시 마음을 다잡기를 반복해요. 과정 속에서 평행을 잡아가고 있다고 믿어요.


결핍은 복잡한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한 가르침이지 않을까요. 무엇이 중요한 가치인지 알고, 삶의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서 풍요로움이 아닌 결핍을 먼저 알려주기를. 행복은 결코 풍요로움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아닌 날에도 아무것도 없는 날에도 충만히 행복할 수 있음을 우리는 알잖아요.




불안감은 무척 복잡한 정신상태의 반영으로, 굳이 비교한다면 풍족하면서도 불평을 일삼는 변덕스러운 응석받이의 심통이 가장 적합하다. 안락함에서만 행복을 찾으려는 사람은 무분별한 사람이다. 그것은 구멍이 뚫린 항아리를 채우려는 짓이나 다를 바가 없다. 수백만 프랑을 가진 사람에게는 수백만 프랑이 부족하고, 수천 프랑을 가진 사람에게는 수천 프랑이 부족하다.

[단순하게 산다] 샤를 바그네르 -


진심으로 즐기려면 튼튼한 반석 위에 서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삶의 존재를 믿고, 그런 삶을 자신의 내면에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단순하게 산다] 샤를 바그네르 -


단순하게 키워라. 재밌는 삶을 선물하겠다며 자식을 탐식가와 게으름뱅이로 만들지 마라. 지나치게 안락한 삶은 일종의 무력증에 빠뜨릴 수 있다. 생기발랄해야 할 아이들이 심드렁하고 재미를 잘 느끼지 못한다. 인내력을 키우고, 궁핍한 삶도 견뎌내게 하자. 훗날,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하여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꾸려갈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하게 산다] 샤를 바그네르 -


한낮의 햇살과 호흡하는 공기를 즐기는 능력을 유지한 채 단순하며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고 느끼는 능력을 갖추는 데 행복이 있다. [단순하게 산다] 샤를 바그네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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