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을 보여준다는 것.

어쩌면 청개구리처럼.

by 예담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며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기록합니다.

그 시간들이 좋았습니다. 다르거나 틀려도 그 마음을 가만히 마주합니다. 오늘은 미완이어도 괜찮습니다. 내일은 그런 오늘을 통해 더 성숙할 테니까요.



Q : 선생님, 우리 애는 집중을 잘 못해요. 그러니 실수도 많이 하네요. 담임선생님도 그러시더라고요. 수업태도가 좋지 않다고요. 혼도 내보고 좋게도 이야기해보고 타일러도 보는데 소용없어요. 그때뿐이고 다시 돌아가요. 학용품도 잘 잃어버리고 못 찾아요. 이제 1학년도 중반이나 지났는데 받아쓰기 해온 거 보면 글자도 삐뚤빼뚤, 또박또박 쓰라고 말을 하면 정말 잠깐 똑바로 써요. 휴.

네? 믿고 격려하라고요? 칭찬이 약이라고요? 알죠. 왜 모르겠어요.


아휴... 다 해봤죠. 안되더라고요. 이렇게 산만한데 고학년 되면 학습에 따라갈까요?


네? 조금 차분해졌다고요? 집중할 때도 있다고요? 에이 ~~ 선생님, 정말 제눈에는 나아지는 게 안 보여요.

뭐가 보여야 진심 어린 칭찬을 하고 기대도 할 텐데, 정말 못 믿겠어요.





아이를 사랑합니다. 고민을 나누는 우리는 모두 아이를 사랑합니다. 다만, 곧잘 체합니다. 수업시작 종 울리기 일분 전 화장실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아이들처럼 마음을 동동 구릅니다. 내 아이 앞에서 더 평온해야 하건만, 내 아이라서 더 조바심이 납니다. 알지만 마음이 체하고 맙니다.

조언을 하며 때때로 마른침을 꿀꺽 삼킵니다. 저녁에 남편과 마주 앉아서야 삼켰던 부끄러움을 게워냅니다.

호흡을 같이하며 한조가 되어서 달리는 부모이기 때문에 공감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믿음을 보여줘야 하잖아요. 믿는 만큼 자란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다 알아요. 엄마가 말로만 믿는다고 하는지, 오늘만 믿고 내일은 다시 불같이 화를 낼 건지, 혹은 관심이 없는 건지 아이들은 알아요. 눈치가 빠르죠. 알면서도 종종 모르는 척해요. 엄마가 말로만 믿는다고 하면, 똑같이 따라서 말로만 열심히 한다고 하는 식으로, 속고 속이며 겉핥기를 해요.

잘하고 싶은 마음은 같았지만 결여된 믿음이 항로를 바꾸어놓을 수 있지 않겠어요?

아이를 진심으로 믿는 게 최우선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 버거울 때 한 번씩 청개구리 놀이를 해보세요.


예를 들어볼께요.

현우야, 너 오늘 양치를 정말 꼼꼼히 하는구나?

(현우는 멈칫합니다. 맨날 대충 한다고 꾸지람만 들었는데, 왜 그러지? 의아함과 함께 기분이 나쁘지 않음을 느끼죠. 내일은 조금 더 꼼꼼히 해서 칭찬을 받아야지 하는 마음도 듭니다.)

지혜야, 너 오늘 알림장 글씨가 참 예뻐. (어라? 삐뚤한것 같은데 엄마가 왜 그러지? 진짜 잘 썼나? 고개를 갸우뚱하며 글씨를 다시 들여다봅니다. 아마도 내일은 조금 더 또박또박 공을 들여보겠지요.)

지훈아, 오늘 숙제는 다했지? ( 너 숙제 안 했지? 가 아닌! )

소연아, 너 요즘 방 정리를 잘하는 것 같아. (아닌데 엄마? 나 방 정리 안 했어! )

아 그래? 그럼 지난번 정리했을 때 본걸 착각했나? 암튼 네가 한번 하면 또 정리 왕이잖아.

(왕이라는데, 한 번은 더 애써보고 싶지 않겠어요.)

윤수야, 너 어제는 엄마가 깨우니까 3번 만에 일어나더라. 더 자고 싶었을텐데, 세 번 만에 일어나다니 기특해! ( 엄마는 왜 늦게 일어난 걸 칭찬하지? )

엄마! 나 한 번만에도 일어날 수 있는데요?

우와! 정말? 한 번만에 일어날 수 있다니! 너무나 멋지다!




가끔 숨이 턱턱 막힐 때가 있지요. 말을 해도해도 어쩌면 그렇게 흘려듣는지, 흘려듣기 기법의 고수에 딴소리하기 스킬까지 더해져 기가 막힙니다. 하나에 집중하면 좋겠는데 그런 일은 잘 없지요. 이거 하는 중에 저것도 신경 쓰고, 혼을 내도 3,2,1 땡 하고 민들레 홀씨 되어 바람 속에 말은 흩날려버리지요.

돌려 생각하면 멀티 스킬을 쓸 수 있는 것이고, 성격이 좋은 것이 되기도 하죠.

그래서 엄마가 "핸드폰 어디 갔지?"라고 허당 미를 발휘할 때마다 놀라운 관찰력으로 곧잘 찾아주고요. 색종이를 접다가 다른 놀이가 생각나면 가지고 와서 놀이를 융합시키기도 해요. 다 먹은 과자박스로 공룡 놀이터를 만들다가, 아이클레이로 아기 공룡을 만들고, 공룡알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져서 공룡 책을 찾으러 가기도 하죠. 주위는 엉망이죠. 시선을 달리 보면 산만하겠지만, 또 다르게 보면 기똥차게 공감각적으로 놀아요.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가고 있는 순간, 분명히 뇌가 발달되고 마음이 자라고 있어요. 보이지 않아서 더 중요해요.


사랑하니까 믿어요. 믿고 싶은데 의심이 들면 힘들어져요. 부모가 한 장의 의심을 넘기면, 아이는 수십 장의 불안을 넘겨요. 오늘의 모자람을 가뿐히 넘길 수 있도록 믿음을 줘요.


믿기 힘든 순간에도, 믿음을 주면 분명히 전해져요.

어쩌면 청개구리처럼요.




부모는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자주 안아주는 사람이다. 많은 지식을 전하는 사람이 아니라, 뜨거운 사랑을 전하는 사람이다. 많은 세상을 보여주는 사람이 아니라, 깊은 내면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원하는 것을 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원하는 모습을 향해 함께 달려가는 사람이다. 안아주고 사랑하며 아이의 내면에 접속할 때, 모든 부모는 아이 삶에 멋진 영향을 주는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스승이 될 수 있다. 아이를 위한 가장 훌륭한 스승은 부모다. [아이의 공부 태도가 바뀌는 하루한줄 인문학]
내가 사랑하지 않거나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나에게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다. 힘 없이 낙하하는 낙엽에게 배우려면, 낙엽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보자. 그럼 보인다. 싱그럽게 태어났지만 바짝 말라서 사라지는 낙엽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우리는 사랑한 만큼 알게 되며, 그때 알게 되는 것은 사랑하기 전과 다르다. 사랑의 크기가 배움의 크기다. [아이의 공부 태도가 바뀌는 하루한줄 인문학]
서로를 향한 사랑을 서로가 느낀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완벽한 존재다.

몰라서 얼마나 좋아. 이제 알 일만 남았으니.
서툴러서 얼마나 좋아. 이제 익숙할 일만 남았으니.
배운 게 아니라 얼마나 좋아. 이제 깨달을 일만 남았으니.
[아이의 공부 태도가 바뀌는 하루한줄 인문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