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정한 올리브케이크

1. 다정한 아침을 굽는다.

by 예담


"엄마, 무슨 심각한 일이 있어?"


"응? 아니 아무 일도 없지."


"그럼 웃어. 입꼬리를 위로 올려. 표정을 만들어. 기분은 전염이 되잖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하루를 마무리하느라 분주한 어느 찰나에 아이가 건넨 말에 멈칫했다. 부지런을 앞세우느라 뒤따라오는 표정을 살피지 못했다.

하나 아이들은 깨끗한 집과 영양 가득한 요리보다 엄마의 미소, 다정한 말과 따뜻한 손길이 더 절실한 법이다. 늘 다정하게 미소를 지어주는 엄마 곁에 있으면 아이들은 안정감을 느낀다. 아늑한 공간은 사람의 온기로 만들어진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주방정리와 거실청소를 끝내고 나면, 아이들을 샤워시키고 마지막에 내가 샤워를 하며 욕실을 정리한다. 다음은 구연산을 넣어 세척해 둔 가열식 가습기 물을 채워 데우고, 아이들의 이부자리를 매만지며 온수매트의 온도를 맞춘다. 마지막으로 내일 아침식사를 정하여 준비시간을 염두해 알람을 맞추고, 옷을 챙겨두면 끝. 정말 끝!


이 아니라, 제2막의 시작.

일기를 쓰며 하루를 되돌아보고 책을 읽는다. 요즘은 소묘가 재미있어 그럼을 그리기도 한다. 에너지가 고갈되면 글을 쓴다.

에너지가 충만하면 쓰는 게 아니라, 고갈되면 쓰고 읽는다. 읽고 쓰며 채워지기에 그 행위를 멈추고 있을 때 하염없이 방전되고야 만다. 리하여 주로 명절에 방전이 된다. (꼭 책과 블루투스 키보드를 챙겨가지만, 언제나 무용지물. 한 번도 꺼내보지 못한 채 그대로 가지고 온다. )


한 권의 책을 완독 하거나 한 개의 글을 쓴 후에 허한 마음이 되어 어찌할 바를 모를 때가 있다. 그러니 과정이 좋은 진짜배기 나의 즐거움인가 보다. 연기를 쉬지 않고 끊임없이 작품을 연결시키는 배우들을 보면 진짜배기라는 생각을 한다.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중 오래가는 건 단연코 좋아하는 일이다. 아니 아니, 사랑하는 이를 위한 일이다. 지난하고 아득하여 웅크려 돌돌 말린 마음을 탁탁 펼쳐 털어내어 일어서게 하는 마음은 사랑에서 기인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결국 사랑하는 이를 웃게 하는 일이었다. 나의 진짜배기 충전은 사랑하는 이의 웃음을 보며 이루어지지.








요즘 아침에 즐겨 먹는 올리브오일 케이크는, 스콘만큼 간단한 데다 풍미가 진하며 정말 맛있다. 올리브의 향을 품고 있으며, 버터가 들어가지 않아 끝까지 느끼함 없이 담백하다. 촉촉 폭신한 식감이 아침에 먹기에 부담이 없어서인지, 아이들이 자주 아침메뉴로 부탁을 하고 잠든다.


"엄마, 내일 아침도 올리브오일 케이크 구워줘."라는 말을 남기고 잠이 든 남매는 그럴 땐 쿵작이 아주 잘 맞지."


박력분과 계란, 설탕,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우유, 베이킹파우더 소량만 있으면 된다. 10분 만에 반죽과 정리까지 끝내고 30분 정도 구우면 된다. 구워지는 30분 정도의 시간 동안 잠든 아이들의 이불을 덮어주며 쓰다듬기도 하고, 차를 마시며 책을 읽기도 한다. 아침에 연 창문사이로 찬 기운이 밀려드는 추운 겨울의 아침은 온수장판의 온도를 뜨끈하게 올리고 엎드려 몸을 데우며 게으름을 피우기도 한다.


아이들은 아침의 올리브케이크를 좋아한다. 졸린 눈을 무겁게 끌어올리며 일어난 겨울의 아침공기에 갓 구운 올리브파운드의 냄새가 묻어나면 기분 좋게 미소를 짓는다. 그거면 되었다.

입맛이 덜 깨어난 아침은 가볍고 간단하게 차려야 식구들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다 먹어야 한다는 부담이 없도록 적은 양으로 집어먹기 편하게.


사춘기가 시작된 초등고학년 아이는 아침마다 꾸미느라 분주하기에 포크를 줘도 늘 손으로 집어먹고 시선은 손거울에 머무른다. 그래. 마음껏 단장하렴.


추운 날 아침, 책가방을 들고 문을 나서는 마음이 건조하지 않으면 좋겠다. 아침에 먹은 갓 구운 올리브 케이크처럼 폭신하고 따뜻한 하루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한다.


올리브 케이크의 폭신함을 빌려 다정함을 건넨 아침은 안온하다. 고요히 쌓인 밤의 공기 사람의 온기를 더하여 아침을 데운다. 햇살은 거들뿐, 결국 따뜻한 하루는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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