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생각이 아니었다. 계획과 틀어져 어긋난 버린 어느 날은 순식간에 모든 게 삐뚤어져버린다.
후회와 자책을 내쉬며 가다듬어보려 하지만 들이마시는 희망마저 쓰다. 삐뚤어진 마음을 가다듬고 엇나가버린 길을 조금만 틀어서 천천히 걸으면 영 불가능한 일도 아닐 텐데, 어느 순간은 아득한 영원같기도 하다.
아는데, 쉽지가 않다. 한 치 앞이 요원하다.
스스로에 대한 자책이 뭉쳐지면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자꾸만 부분에 부분을 들여다보게 되는 어리석음을 범한다. 뭉개진 마음을 다시 반죽하고 들여다보며 처음에 기대했던 색과 점도를 떠올려본다. 그게 아니었어!
괜찮아. 일단 거기서 나와!
그 마음에서 벗어나라고.
아이에게 찬소리를 내었다. 냉랭한 말투로 꾸짖었다. 뭐, 이유야 뻔했고 따지고 보면 또 별것 아닌 일인데 순간에 휩싸이고 말았다.
전체를 보지 못해 생긴 '욱'이다.
결국은 나에게 화가 난다. 좋은 부모이고 싶은 마음에도 강박증이 생기면, 쉬운 것도 그르치게 된다. 쉬이 지나가면 될 것을 공연히 멈추었다. 좋은 부모에 대한 팁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다들 넘치게 똑똑하고, 정보들로 무장한 세상이라 선택의 길도 다양하다. 하지만 모두 같은 길을 가려하니 하나의 길은 포화상태에 이르고 굽이굽이 나눠진 오솔길들은 푸르게 조용하다.
미디어엔 좋은 부모를 종용하고 미숙한 부모를 다그치는 자극적인 프로가 판을 치니 마치 아이의 작은 실수하나도 부모의 탓이라고 말을 하는 것만 같아 부모들은 두렵다.
그래서 더욱 귀를 기울여 부모교육을 받으려 하고, 육아서적을 꾸역꾸역 읽으며 위안한다. 더 나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내가 나를 인정하고 싶어서다.
하지만 과한 육아공부는 체하기 마련이다. 급하게 배운 부모교육은 과유불급을 일으킨다.
몰랐을 땐 흘려보았을 것을, 일일이 의미를 부여하고 숨어진 뜻을 간파하려 심혈을 기울인다. 부분으로 자꾸만 들어가면 전체를 보기 어려워진다는 것.
때론 모르고 흘려보내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음을.
매의 눈으로 아이를 지켜보지 않고, 그렇다고 사랑의 눈으로 아이 궁둥이를 토닥거리며 내내 안아주지도 말고, 그저 묵묵히 신뢰의 눈으로 바라보며 아는 듯 모르는 듯 흘려보내주기.
아이의 감정을 매번 걸러주지 않고 스스로 어수선한 감정들을 정리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줄 것.
그것이 긍정의 시간이 아닌, 부정적인 마음을 표하는 순간일지라도 가만히 들어줄 것. 시답잖은 조언으로 아이를 구원하려 들지 않을 것.
그리고, 내가 아는 것이 전부일 거라는 확신을 버릴 것. 한 권의 책만 읽은 자가 그것이 전부인 양 하는 일이 가장 위험하다고 했던가! 어설프게 알면 알은체 하게 된다.
깨달음이 오래 지속되려면 사유해야 한다. 아! 그렇구나. 생각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사유하여 자신의 삶으로 끌어당겨야 한다. 대부분의 책들에 해당되겠지만, 육아서와 철학서는 깨닫는데서만 그친다면 무의미한 읽기가 되고야 만다. 무릎을 탁 치며 깨달음을 얻고 다시 레드썬! 자신의 일상으로 어김없이 돌아오는 이가 있고, 기어이 자신의 삶으로 이끌어내어 변화하는 이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넘어선 이들이 있다.
다정함을 장착한 사람. 배려가 몸에 배어있어 애쓰지 않아도 품위 있는 사람. 나이와 행색을 불문하고 모든 이들을 존중하며 대하는 사람.사람은 당연하고, 동물을 넘어서 하다못해 사물에게조차 친절한 사람.
그들은 이론 없이 실전에 능하다. 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지 않아도 절로 행한다. 천성이 따뜻한 사람, 그들은 순수하게 환대하고 삶을 귀히 여긴다. 하여 누구의 말도 귀담아들을 줄 알고 정성스레 대답을 한다. 정답을 공부하여 오답을 피한 게 아니라, 애초에 사지선다가 아닌 삶을 푼다.
습관은 제2의 천성이라고 했다. 타고나지 못해도 괜찮다. 다정함은 늘 따뜻하고 시공간을 아늑하게 만드는 힘이 있으니, 습관을 연습한다. 다정하고 사려 깊은 태도를 지니고 싶다.
천성이 아니라서 '욱'할 땐 어쩐다?
그럴 땐 나가서 걸어야 한다. 걷다 보면 사라지는 시시콜콜한 감정의 가루들은 쿨하게 날려버리고 생각을 환기시킨다. 생각에서 나오기 위해 빠르게 걷다 보면 개운해진다. 요즘은 마스크를 벗고 달리기도 한다. 익숙하지 않은 숨 가쁨은 여지없이 모든 생각을 몰아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