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짧게 총성이 울린다.
이 소설은 허구이며, 문학가를 꿈꾸는 중학교1학년 학생이 반년에 걸쳐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골몰한 결과물입니다.
탈북을 주제로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유일한 분단국가인 남북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지만 북한의 또래들에 대한 정보를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갈등을 극복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합니다. 퇴고를 도우면서 읽어본 결과, 감동과 재미가 있습니다. 너른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아이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프롤로그
탕!
짧게 총성이 울린다.
터질 듯 벅차오르던 심장이 멈춘 듯 숨이 쉬어지지 않고 이내 정신없이 뛰기 시작한다. 다리 한쪽을 잃었다는 사실을 잊고 너의 옆으로 풀썩 쓰러진다. 찢어진 피부에 자잘한 흙 알갱이들이 들어가서 따갑다. 혹시 아니겠지.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겠지. 아직은 따뜻한 너의 두 손을 붙잡는다.
너의 가슴에 정확히 박힌 총알을 바라본다. 차라리 보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하얀 스웨터 위로 꽃물 들이듯 진득한 핏물이 물들고 있다. 평소 비위가 약한 나지만 주저 없이 너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심장에 귀를 가져다 대고 부서져라 너를 흔들고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기를 반복했지만 너는 대답이 없다. 나는 이대로 참혹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
동그랗게 뜨여져 있을 시린 눈밑으로 눈물이 흐른다. 메마른 목구멍 사이로 옅은 신음이 나온다. 그저 아주 조금 다친 것 같은 데 너는 아무 미동이 없다. 두려운 생각과 무서운 미래가 한 번에 덮치기 시작한다.
1. 열다섯, 탈북.
"저기다. 저기, 한 명은 이미 죽은 것 같습네다."
척척 거리며 일정한 발걸음 소리가 귀에 박히고 기어가다시피 우거진 풀숲으로 들어갔다. 식은땀이 나며 목구멍 사이로 터져 나올 비명들을 꾹꾹 삼켰다. 너의 그 장면이 생각나서 속이 울렁거린다.
"생각보다 끈질겨. 어린 에미나이들이. 거 있으면 나오라우. 우리는 그케 자비롭지 않다."
젊은 군인 하나가 은주의 옆구리를 발로 툭툭 건들더니 한숨을 쉰다. 그 바람에 평온히 누워있는 은주의 모습은 동그랗게 만 새우 같은 모양이 되어버린다. 순간 입 밖으로 비명이 나오려는 것을 황급히 틀어막는다. 발작하는 분노들을, 죄 없는 흙을 운동화 깔창으로 문지름으로 표현한다. 목 위로 차오르는 설움을 참으며 상황을 살펴본다.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 심하게 차올라서 이겨낼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에미나이 한 명 어디로 튀었어... 두 명 맞아?"
"분명 두 명이라고 했습네다. 이 근처에 있을 거인데 멀리 못 갔을 겁네다. "
가까이 서 본 군인은 두 명이다. 한 명은 스무 살 남짓, 다른 한 명은 나이가 들어 보인다. 아까 더 있었는데 어디로 간 걸까? 아마도 보고하러 간 거겠지. 곧 군인들이 때로 닥칠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확한 내용은 모르더라도 그 정도는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한쪽 다리로만 의지한 채 오래 숨어 있진 못한다는 사실에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바짝 엎드린 다음 한 다리로만 반동을 일으켜 뒤쪽으로 빠져나갔다.
얼굴은 나뭇가지에 잔뜩 긁혀 생채기로 가득할 테지만 고작 이 상처들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꽤 갔나 싶어 일어나서 주위를 살핀다. 머리에 묻은 흙을 대충 털고 상처가 난 부위에 번진 검붉은 피를 닦았다. 절뚝거리며 바다 쪽으로 향한다. 남색의 바닷물이 휘몰아치는 광경은 내게 무섭도록 몰려오는 죄책감과 이기적인 안심을 주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가면... 아니 내가 오지만 않았어도 은주는 쉽게 갈 수 있었다. 허탈한 기분이 들어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 사이에도 눈물은 울컥울컥 쉬지 않고 차오른다. 어딘가가 뜨겁게 타오르는 극심한 고통이 느껴져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은주가 말했던 낚싯배가 정말로 있다. 불현듯 눈앞이 어지러워지며 온갖 장면들이 흐트러진다. 눈을 감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데 수많은 고통들에 짓눌린 나약한 나는 결국 모든 걸 내려놓고 만다. 그렇게 나는 선명한 세상에서 아스라이 멀어져 간다. 혹시나 네가 아직 숨이 남아있다면 비겁하게 도망간 나를 결코 용서하지 말아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