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두 개의 세상을 마주하며.
누구나 사랑을 할 때는 그렇겠지만 영원할 것만 같았던 사랑이 예고도 없이 끝나버린 얼마간은 막막했다. 문득 내일이 아득해졌고 오늘은 막막했다. 그와 속해있던 세상을 잃었다. 달라진 두개의 세상을 마주했다. 대책 없이 기대어도 한결같이 지탱해주는 사랑을 받고, 그에 맞도록 한치의 모자람도 없을 사랑을 주었다. 단 한순간도 영원하지 않을 것임을 예견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모른척했다. 마음속에 균열이 일고도 한참을 방치한 뒤, 우리는 이별을 고했다. 서툴렀다.
후드득 떨어지는 상실감에 한동안 쉬지 않고 울었다. 마치 오늘의 계획이 '울음'인 것 마냥 바득바득 몰래 숨어 눈물을 쏟아댔다. 울음이 멈추고 난 어느 날부터 매일 친구를 만나 댔다. 다시 활기를 찾은 척 웃었다.
즐거움 속에 불쑥불쑥 공허함이 느껴졌지만 괜찮았다. 꼬질꼬질한 그리움이 차오를 때면 박박 닦아냈다.
그와 함께했던 곳으로, 나의 추억이 묻어있는 곳으로, 다시 보란 듯이 갔다. 그 장소들을 추억 속에 가둬두지 않고 봉인 해제시켰다. 그것만으로 마음이 조금 시원해졌다. 친구와 밥을 먹고, 차를 마셨다. 아무렇지 않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애를 썼다. (어쩌면 마음 한편엔 우연을 가장한 마주침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
그 장소에서 그와 마주친 어느 날, 나는 잠깐동안 굳었고, 참았던 숨을 크게 내쉬었다. 이내 정신이 들었다. 나의 마침표는 바로 그날이었다.
마음이 무뎌지기 시작하자 전부였던 장소들도 아무렇지 않은 것이 되어버렸다.
우리가 함께일때 덜컹였던 마음으로 채워져 있었던 모든 장소들은, 덜컹이던 마음이 멈추어버리자 무채색이 되어버렸다. 의미가 없어지자, 자연스럽게 더 이상 그곳에 가지 않았다.
이별에 발버둥 칠수록 나는 더 가라앉았고, 움직임을 멈추자 자연스럽게 내가 떠올랐다. 계절은 바뀌고 엉망이라고 생각했던 마음에도 다시금 꽃이 폈다. 유난한 겨울을 보내고 맞은 봄햇살은 그렇게 나를 비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