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에서 비롯된 집착

집착연대기

by 예담

뭐든지 적당함이 좋은 법이다. 그렇다고 마음이 어디 자로 잰 듯 움직이나. 나는 몰입이라 생각하지만, 어쩌면 집착일지도 모른다. 사랑의 끝이 언제나 힘들었던 이유도 그 때문일지 모르려나.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사진에 대한 마음이 아닐까. 10대에는 장난기 섞인 사진을 친구들과 찍으며 시시덕거리고, 20대에는 나를 좀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찰나에 몰입하며 청춘을 기록한다. 30대 이후에는 나의 아이의 순간을 사랑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찍기 바쁘다. 그러다 나이가 더 들고 아이 키우기가 버거워질 때쯤 나의 부모님의 노고가 오버랩되며 뒤통수를 치고 송구함과 부끄러움, 반쪽자리 철이 들기 시작한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사람은 생각하는 존재이니 순간을 남기고 추억하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오래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누군가는 사진으로 남기고, 또 어떤 이는 글로 쓰며 찰나를 되새긴다.


나의 20대에는 싸이월드가 붐이었다. 싸이월드에 사진을 올리고 다이어리에 어쭙잖은 공개 일기를 쓰는 게 유행이었다. 다이어트를 하다가 멈추면 요요가 오고, 운동을 과하게 하면 늙는다 한다. 한데 청춘은 요요도 없고 아무리 과해도 늙을 걱정도 없어서 무모한 것일까. 무모함이 왠지 짜릿하기도 하다.


남자 친구는 다정함과 유머를 겸비하고 사진을 잘 찍어줘야 더욱 사랑받았다. 조금 더 길어 보이게 찍어야지. 어허! 서서 찍었다가는 여자 친구는 삐지고 만다네. 왜 때문인지 여자 친구의 오늘 기분이 별로인가 궁금하면, 오늘의 사진을 들여다보게나. 그래도 모르겠다면 자네는 틀려먹었네. 잘 들어보게. 일단 얼굴이 작고 날씬하게 나오거나, 여성스러운 머리카락이 휘날리며, 얼굴이 부각되지 않게 자연스러우면 합격이네. 배경과의 비율이 적절해야 하고 자연스러운 모션을 잘 캐치하는 것이 관건이네. 아우! 뭐가 그렇게 복잡하냐고? 여보게 세상이 쉬운 일이 어딨나.


사랑에 몰입하며 사진에 집착하던, 잘 나온 사진 한 장이면 오늘이 꽤나 만족스럽게 느껴졌던 20대를 지나며 맞은 30대는 더 단단해졌... 다고 하고 싶지만 큰 틀에서 보면 비슷하다. 남자는 자주 회사에서 깨지고 더러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 여자는 아이에게 치이며 전쟁 같은 하루 속에서 사랑을 받고 다시 넘칠듯한 사랑을 준다. (그러니 6.25에서도 사랑이 싹텄겠지.) 반복되는 하루를 보내며 무수한 감정의 변화를 겪는다.


슈퍼우먼이 되어야 하는 고달픈 워킹맘은 엄마의 부재에 따른 아이의 감정, 또는 학습의 결핍에 대한 미안함이 들고, 역시나 슈퍼우먼이 되어야 하는 전업맘은 커리어에 대한 결핍, 아이 관리에 대한 책임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결핍이 보일 때면 구멍을 메우기 위해 집착을 하게 된다.


누구든 더 나은 삶을 위한 갈망은 있는 법이니까,


30대의 끝에 서서 40대를 바라보고 있다. 겨우 이만큼 왔는데 바람이 제법 불었다. 꽤나 땀 흘렸다고 생각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송골송골 맺힌 내 땀방울이 부끄럽다. 하고 싶은 일도, 이루지 못한 일도 있었다. 세상 모든 것을 다 주어도 바꿀 수 없는 두 아이와, 사랑하는 남편을 얻어서 플러스 마이너스 세임 세임이라고 하고 싶지 않다. 다른 통로이기 때문에, 결코 같을 수 없지.


걷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넓고 시원한 그늘도 만났고, 햇볕 쨍쨍한 불볕더위 속에 피할 그늘이 없어 당황했던 길도 만났다. 걷다가 만나게 되는 많은 변수들은 체력과 마음의 크기에서 좌우되었다.


집착은 대상이 나를 삼켜버리지만 몰입은 만나고 헤어지며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것.

요즘은 더욱이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긍정적인 하루를 만드는 것에 몰입하려 다. 뉴스를 보며 불행의 수를 헤아리지 않고 내가 가진 긍정의 수를 읽고 싶다.


행복에 몰입하는 것을 아이에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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