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케렌시아 [두 번째 이야기]

동기 없는 정성에 대하여

by 예담


사람들은 일상을 유의미와 무의미로 분류하는 것을 곧잘 한다. 가성비를 따지며 물건을 사고, 어떤 일을 할 때 나에게 얼마만큼의 득과 실이 오는지 계산을 한다. 득 보다 실이 크다면 시도하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고, 득과 실이 비슷하다면 이후의 가능성에 대해 고민해볼 것이며, 득이 더 크다면 누구든 뛰어들고 싶을 것이다.

바쁘게 지내며 나 역시 유의미함을 쫓아왔었고, 그것은 꽤 알차고 뿌듯했다.

쉼표를 찍고 발걸음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한층 더 여유로이 주위를 둘러보며, 몸은 한가롭되 생각은 쉬지 않고 여유로운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던 것 같다.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초록의 기쁨을 느꼈다. 피어오르는 새싹 같은 파릇파릇한 기쁨.

그것은 어떠한 동기 없는, 혹자는 무의미하다고 할 수도 있는, 그래서 더욱 유의미한 나만의 초록 정원 같은 기쁨이었다고 해야 할까!

하고 있는 일에 필요한 공부를 하거나, 도움이 될만한 일들을 배우는 것과는 또 다른 생경한 기쁨이다. 오롯이 내 삶을 관철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귀히 여기는 마음이지 않을까. 이를테면 아이를 위한 육아서적이나 교육서적을 읽을 때와 문학서적을 읽을 때는 공기의 기운이 다름을 느낀다.





동기 없는 정성.

순수한 열정은 볼을 붉게 만든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사라지고 마는 생기를 첫눈처럼 흩뿌려준다.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찾으려 애쓰며 견디는 이에게 전하고 싶다.

동기가 있고 유의미한 일만이 반드시 명확한 행복은 아니라는 걸.

조금 더 넓게 범위를 두고 느리게 마음을 더듬어가면 누구에게든 나만의 케렌시아는 존재한다는 것을.

어린아이들처럼 순수한 열정이 더 옅어지기 전에 함께 색을 칠하자고요. 알록달록 나만의 케렌시아.



덧없나요?

무의미한 행복, 바쁜 일상에 잠식되어가는 유의미함. 어느 쪽이요?

시간이 흐른 뒤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느 것 하나 의미 없었던 적은 없었음을요.

지금 이 순간도, 시간이 흐르고 나서 돌아보면 애틋해질 테니까.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시행착오를 하며 알아갔으면 해요. 나의 자아를 단단하게 만들고 무엇보다 나를 토닥토닥 안아주기 위해서, 마음의 근육은 정말 필요한 것이니까요.





나만의 케렌시아 : 소소하지만 나를 지탱하는 그 무엇.



6.

베이킹을 한다. 찹쌀파이도 굽고, 식빵도, 스콘도 종종 만들고 있다. 이번 주에는 딸아이 생일이 있어서 허니 카스텔라를 둥글게 만들어 케이크를 구워보려고 한다. 그냥 하니까, 계란물의 농도도 못 맞추어 윗면이 갈색이 되어버린 식빵이 나오기도 했고, 온도와 시간 실수로 질감이 예상과 달라지기도 했지만! 맛있고 재미있었다.

발효시간을 지키며 기다리고 둥글리기를 반복하다가 오븐에 넣고 구울 때의 쾌감.

빵 냄새가 온 집안에 스며들면 그만큼의 행복이 스민다. 누군가에게 주기 위해 빵을 식히고 포장할 땐 기쁨이 배가된다. 내일은 무슨 빵을 만들지? 고민하며 잠드는 순간마저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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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뜨개질을 한다. 읽고 뜨는 행위는 나의 하루 중 없어서는 안 되는 충전의 순간!

책을 읽을 땐 시공간을 초월하여 그 세계에 빠질 수 있으니 어쩌면 요즘 시대에 걸맞은 여행이 아닐까.

뜨개를 할 땐 비교적 더 자유롭다. 책을 읽을 땐 몰입한다면, 뜨개를 할 땐 음악도 듣고 때때로 넷플렉스도 보며 뜨곤 한다. 그러니까 정신이 깨어있을 땐 독서, 조금 지쳐서 몽롱해지면 차 한잔과 뜨개를 가지고 와서 앉으며 뜨개 한단에 릴랙스 한번, 심호흡을 한다. 그러고 나면 온유해진다. 남은 오늘을 조금 더 부드럽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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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좋은 순간들만 마주하지 않습니다. 폭죽 같은 행복이 늘 꿈처럼 펑펑 터지지도 않지요.


다만 손에 한 움큼 쥐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작고 고운 행복들은 매 순간 있습니다.

마주하는 나의 작고 소박한 행복들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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