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굽는 마음

오븐에 들어가 갓 구워진 생각들

by 예담


잔잔한 노래를 들으며 빵을 굽고 오븐에 넣은 채 기다리는 그 시간을 좋아한다. 기다리는 마음, 사람이든 빵이든 기다리는 마음을 시험 친다면 자신 있는데! 언제나 기다리는 편이 좋았다. 마음을 다해 기다리는 시간은 부풀고 부풀어 하늘을 날았다. 마음을 다해 발효를 반복하며 구웠던 빵이 실패해서 속상했던 적이 왜 없었겠나먄은, 괜찮았다. 그런 날은 빵집에 가서 아주 맛있고 만들기 어려울 것만 같은 빵을 사 와서 먹으며, "맞아 사 먹는 빵이 제일이야."그렇게 혼자 삐졌다가 다음날이면 노트에 레시피를 적어가며 고민하는 나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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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구워져 나온 둥글게 부푼 머핀을 한입 베어 물자 고소한 치즈 아래에 노랗고 하얀 계란이 모습을 드러냈다. 입안 가득 오물거리며 아이들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치즈를 좋아하는 딸은 "와 치즈빵이네!" 계란을 좋아하는 아들은 "앗싸! 안에 계란 있어. 계란빵이다아아" "엄마 우리를 위해서 공평하게 치즈랑 계란 넣은 머핀 만든 거야?" 실은 간단하게 아침으로 좋길래 만들었는데, 큰 의미가 부여되어 돌아온 감탄에 어쩐지 멋쩍다. 표정을 감추며 "응. 일부러 너네들이 좋아하는 치즈 계란 머핀을 만든 거야."라고 대답하며 괜히 어깨를 으쓱해본다.


엄마가 만들어 준 작은 빵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아이들은 사랑을 먹고 자란다. 매 끼니에 배가 고픈 것처럼 순간순간 사랑이 고프다. 엄마의 손은 사랑을 채우고 배를 따뜻하게 만든다. 함께하는 밥상이 따뜻하고, 뷔페보다 집밥이 더 오래도록 부른 이유는 아마도 그런 이유이지 않을까.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고 일상을 귀히 여겨야 하는 날들 속에서, 나와 너를 기쁘게 해 줄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한다. 그리하여 우리가 기분 좋아지는 디저트를 만든다. 아침에 일어나 오늘 만들 베이킹 레시피를 메모해놓고, 아침밥을 먹으며 이야기한다. "오늘은 쇼콜라 쿠키를 구울께." "오늘은 사과파이를 만들까?" 그러면 빙그레한 오늘의 첫 웃음을 마주하게 된다. 따뜻한 이불을 박차고 나와 마주한 찬기운의 겨울 아침에 뾰로통해졌던 마음이, 아직 반죽도 되지 않은 디저트를 상상하며 사르르 녹아버린다. 바쁘고 시린 아침이지만 왠지 나른한 오후가 된 것만 같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하루는 언제나 즐거우니까.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아이들은 늘 오후의 디저트를 맞이해준다.


오전에 학교를 다녀온 날도, 온라인 수업으로 노트북 앞에서 지쳐버린 날도, 오후의 시작은 기분 좋은 냄새로 환기된다. 오전 일과가 끝나고 나면 어김없이 씩 웃으며 "엄마, 좋은 냄새가 나기 시작했어."라고 말하곤, 읽을 책을 고르기 시작한다. 디저트가 오븐에서 나올 때쯤이면 책이 골라지고 아이들은 소파에 책과 함께 앉는다. 누가 말해준 것도 아닌데 그렇게 하는 것이 습관이 되고, 하나의 의식이 되었다. 맛있는 간식은 책을 읽으며 천천히 먹어야 제일 맛있다고 한다. 아이들은 그렇게 행복을 음미한다.






언젠가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었다.


"엄마는 초등학교 때 용돈을 모아서 초콜릿을 사는 게 제일 좋았어."


"초콜릿이 맛있어서?"


"아니, 초콜릿 공장의 비밀이라는 책을 제일 좋아했거든. 그 책을 보면서 같이 초콜릿 귀퉁이를 뜯고 함께 한입 맛보는 게 정말 행복했어. 그러면 그 세계에 들어간 것 같았거든.


"우와 진짜? 누나야, 우리도 해보자!"


초콜렛 공장의 비밀을 다 같이 읽고 아들이 만든 초콜렛. ( 안에는 황금딱지가 들어있는 초콜렛이 숨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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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렌베리와 초코칩을 듬뿍 넣은 버터 스콘의 향이 온 집안에 퍼졌다. 남편과 아이들은 맛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너무"도 아닌 "너어어어무" 맛있다고 했고, 나는 그 말에 "너어어어어어어어어무" 행복했다. 맛있는 스콘이 되려면 겉은 바사삭, 속은 촉촉은 진리일 테고, 두 손으로 반을 나누었을 때 결이 살아있어야 한다. 버터의 향도 종처럼 깊게 울려 퍼져야 하고 말이지. 그래서 스콘은 베이킹 중 아주 간단하면서도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막 치대고 발효하는 것이 아닌, 알알히 버터를 쪼개고 밀가루와 섞으며 결을 만들기 위해서 접고 포개는 과정을 몇 번 반복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버터가 녹거나 반죽이 오버되면, 결이 없고 퍼석하거나 풍미 없는 그냥 스콘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스콘을 유독 좋아하여 맛도 잘 아는 남편이 인생 스콘이라며 감탄하니, 영광은 나의 차가운 손에게 돌린다. 일 년 내내 차가운 손발이 도움이 될 줄이야.


겨울의 초입에 엄마가 건식반신욕기 사서 거기 앉아 책 읽으라며 뜬금없이 돈을 보내주셨었다. "엄마, 반신욕기는 갑자기 왜요. 너무 덩치가 커요. 큰 물건은 안 사고 싶어요. 그리고 사도 내 돈으로 사면되는데 돈 보내지 마요! " " 아니, 너 엄마 집에 오면 꼭 거기 들어가서 앉잖아. 손발이 차니까 엄마가 걱정되고 티브이 보니까 젊은 연예인들도 하더라고. 사주려고 보니 종류가 많아서 네가 보고 사라고 그랬지" "아이구 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 하마터면 스콘 실패할 뻔했어. 차가운 내 손은 다시 스콘을 굽고, 좋아하는 이의 오물거리는 입과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면 어김없이 따뜻해지고야 만다. 단박에 몸을 휘감는 뜨거운 따뜻함이 아닌, 서서히 올라와 뭉근하게 지펴주는 포근한 따뜻함. 어렸을 적에 엄마가 집에서 만들어 튀겨주던 도넛이 떠올랐다. "앗 뜨거워" 하면서도 손에서 놓지 않고, 후후 불어가며 먹던 동글동글 도넛. 엄마는 그 와중에도 설탕 묻혀주는 걸 내키지 않아 했고, 어린 우리 남매는 설탕에 더 많이 묻은 도넛을 고르느라 티격태격했었다.


멀리서 봄이 오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기분 좋은 생각들과 동행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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