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들여다보지말 것.

아이가 모기에 물렸다.

by 예담


아이가 모기에 물렸다. 벌겋게 부어오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손목이 한계점을 초과해버린 풍선처럼 탱탱해졌다. 간지러워서 긁고 싶지만 어느새 초등학생이 된 아이는 참는다. 이제 그걸 아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스터키 증후군이라고 했던가? 모기에 물리면 심하게 탱탱 붓고 증상이 오래간다. 매년 모기 팔찌에 스프레이에 긴바지로 대비하지만 어김없이 허점을 파고들어 물고야 마는 이놈의 모기!


올해의 첫 모기는 어이없게도 집안으로 들어온 놈이었다. 밖에서 그리 조심을 시키건만 현관문을 여닫는 사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까지 올라온 모기가 슬그머니 따라 들어왔다. 세상에! 얼마나 영악한지! 검은색 방문과 까만티비 액정이나 천장에 붙어서 위장해있다가, 깜깜한 밤이 되면 유유히 나와서 보드라운 아이의 살을 파고들고야 마니, 그 얼마나 괘씸하고 포악한지, 나로서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놈이다.


더 어렸을 때는 매년 모기에 물리면 피부과에 가서 약을 타 와서 먹거나 발랐다. 피부과 약이 독한 걸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간지러움을 뛰어넘어 따가워서 어쩔 줄 모르는 아이에게 "절대 긁지 마! 참자."라고 하는 건 가혹한 일이었다. 처방받은 약을 먹으면 괜찮아졌다. 외출할 때면 지인이 여름마다 만들던 천연 모기퇴치 스프레이를 뿌리고, 모기 팔찌를 발목에 하나 손목에 하나 단채 팔다리를 군인처럼 씩씩하게 들고 내리며 다니게 했었다. 가만히 있으면 모기가 문다며, 더 씩씩하게 팔을 흔들며 걷고 풀이 많은 장소에 가면 콩콩 뛰었었다.


이제 제법 큰 아이들에게 치렁치렁 모기 팔찌를 채워서 학교를 보내는 건 유난스러워 보여 스프레이만 몇 번 칙칙 뿌려 보낸다. 다행히 밖에서는 물리지 않았는데, 어이없게 집에 들어온 한 마리의 모기 놈한테 물린 것이다. 그 모기의 최후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잡았지요! 이틀 동안 천장만 쳐다보며 걷느라 목디스크가 오나 뻐근해질 때쯤 안방 베란다 문틈에 가만히 붙어있던 놈을 발견했다. 놈의 영악함과 순발력을 알기에, 숨 막히는 순간이다. 일단 안방 문을 닫고 베란다에 있던 에프킬라를 집어 들었다가 다시 놓았다. 침대 위 천장으로 모기가 자리를 옮겼다. 이놈은 알고 있었던 것일까. 침대 위에선 내가 에프킬라를 뿌리지 못한다는 걸. 엉엉!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안방에 수많은 나의 책들 중 가장 가볍고 커버가 단단한 책을 집어 들었다. 침대에 조심스레 올라가 천천히 그리고 빠르게 탁! 잡았다. 요놈!



"엄마, 그 모기도 엄마가 있겠지? 가족도 있을 거야. 맞지?"


집에 돌아온 아이에게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통쾌한 복수를 이야기하자 돌아온 아이의 대답에 머쓱해졌다. 아이는 자신이 물려서 힘든 건 괜찮아지지만 모기는 가족을 보지 못하고 죽는다는 게 불공평한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아! 그건 모기니까!라고 말해주고 싶지는 않았다. 누구나 그렇듯 해를 끼치고 싶은 마음으로 태어난 건 아닐 테니까. 아이는 사람들이 다 싫어하고 죽이려고 하는 모기가 불쌍하다고 했다. 물리는 건 너무 싫지만 죽이는 것도 싫고, 그냥 안 물면 좋을 텐데... 라며 고찰에 빠져 진지해진 아이를 보며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


아무튼 여름은 계절 중 가장 신나고 자유롭지만 모기가 있어서 조심스럽기도 한 계절이다. 그래서 여름이 스릴 있는 건가? 그런 스릴은 사양하고 싶지만 뭐든 지나고 보면 추억이 되고야 만다. 올해의 스릴은 서핑 도전이 될 것 같은데, 겁쟁이인 내가 과연 할 수 있을지 그것이 관건이다. 아이들은 오히려 용감하니까.





금요일부터 부어오르기 시작한 터라 병원 갈 타이밍을 놓쳐버리기도 했고, 이제 컸다고 제법 잘 참는 아이를 보며 월요일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더마큐 연고를 바르고 수시로 얼음찜질을 했다. (물린 직후에는 따뜻한 물에 담그는 게 좋다고 한다. 독성을 완화? 시켜준다고. 우리는 좀 지나고 발견했던 터라 얼음찜질을 했다.) 연고는 아침저녁으로 하루 2번씩 내가 발라주었고, 얼음찜질은 아이에게 방법을 알려주었다. "주방에서 위생팩을 꺼내어 정수기에서 얼음을 받고 꼭 묶으면 된단다." 간지러우면 그렇게 직접 만들어서 얼음찜질을 하라고 했더니 재미있다고 난리가 났다. 덩달아 첫째도 와서는 "엄마, 나도 얼음찜질하면 안 돼?"라고 묻는다. 빙그레 웃어주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아이들은 꺄르르르 웃다가 "앗 차가!" 또 웃다가 다 녹았다고 다시 만들기를 반복한다. 간지러움은 재미있음에 잠시 가려졌다.


그래. 자꾸 들여다보며 걱정하지 말아야지.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걱정이 아이에게 전해져, 보통의 간지러움을 더 크게 느끼진 않았을까. 유난 떨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지나고 보면 다 유난이었던 것 같으니 원!



있지, 엄마는 너희들에게 비추던 사랑의 반경을 조금씩 넓혀가려고 해. 더 멀고 넓은 곳으로. 새로운 도전 앞에서, 혹은 어떤 두려움과 마주할 때는 그것에 압도당하지 말고 고개를 돌려 지나가는 바람을 느껴봐. 비눗방울이 바람에 날아가는 것만 봐도 까르르 웃음이 터졌던 아가 때처럼은 아니더라도 우리는 어디서든 유머를 찾을 수 있어. 내가 가는 길의 앞만 보고 전력질주하지 말고, 주위를 둘러보며 때론 발걸음을 돌리기도 하는 여유를 가진 내면이 단단한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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