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어느 물이 맑은 동네에
하얗게 눈이 내렸다.
온 세상을 천천히 감싸 안을 듯이
가볍게 사뿐사뿐 내려앉는 눈.
그 눈 밭에 가만히 앉아있는 개.
엉덩이라도 시릴세랴 나의 아비는
개를 나무라 소리친다.
"저 놈 새끼는 춥지도 않나
왜 꼭 눈 밭에 앉아있는지 몰러."
호통치는 아비를 바라보는 개.
망부석이 된 개를 또 보려고
마당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텅 빈 목줄만 남아있고
저 멀리 아비와 개가 함께 걷고 있다.
아비를 제멋대로 끌고 다니는 개.
눈이 녹고 다시 얼었다가 봄이 찾아오고
여름, 가을을 지나 또다시 겨울이 와도
여전히 궁둥이가 시린 줄도 모르고
아비만 줄곧 쳐다보고 있을 개.
강원도 어느 물이 맑은 동네엔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을 듯이
아직도 눈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