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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예또 Dec 16. 2021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들이다.

뒤에서 뒷담화 까 본 경험 한 번쯤은 다들 있잖아?


 외동으로 태어난 탓인지 난 어렸을 때 내가 정말 공주인 줄로만 알았다. 내가 가장 특별하고 지구는 나를 위해 돌아간다고 생각했었다. 그 탓인지 참 쉽게도 사람을 미워하고 싫어했다. 얘는 저래서 싫고, 쟤는 저래서 맘에 안 들어. 그런 식으로 새어나간 뒷얘기는 꼭 그 누군가의 귀에 닿기 마련이었고, 그렇게 몇 번을 싸우고 절교하고 왕따 당하면서 세상의 주인공이 내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걸 배웠다.


 대학에 들어가서 사귄 남자 친구(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도)가 그런 나에게 이런 얘길 했었다.

"너도 완벽하지 않으면서 왜 자꾸 사람들을 쉽게 판단해?"


 나도 보통 고집은 아니었다. "내가 이상하다고 말하지 마. 걔네들은 진짜 이상해." 그럴 때면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한숨을 쉬었다. 설득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


 그렇게 또 누군가를 헐뜯고, 누군가에게 상처 받고, 미워하고 싫어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왜 내 주변엔 이런 사람들밖에 없어?'. 그리고선 찬찬히 생각해봤다. 생각을 바꿔서 내가 험담하는 대상에 대해 했던 말들을 나에게 적용해봤다. 아뿔싸. 나조차도 그 말들에서 자유로울만큼 떳떳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은 다 똑같은 사람이었다는 걸 깨달은 나는 너무 부끄러웠다. 스스로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잣대가 타인을 평가할 때만 엄격해졌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기에.


 나는 내 주변의 사람들을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나부터 바꾸었다. 첫 번째 단계는 '다름'을 인정하고 '틀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데에서부터 출발했다. 역지사지로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모든 사람들은 '다르기' 때문에. 그게 내 기준에서 '틀린'일일지라도 누군가에겐 이해가 되는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두 번째 단계는 누군가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말들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설사 내가 누군가의 장점과 단점이 파악되었다고 하더라도 단점에 해당되는 부분은 절대 말하지 않았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말들은 참 간사해서 작게 뱉은 불만도 당사자의 귀에 들어갈 때엔 눈덩이처럼 불어난 사이즈로 전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그래서 애초에 그런 논란의 씨앗조차 만들지 않았다.


 원체 누군가를 헐뜯으면서 결속력을 다지고 자존감을 채우고 싶어 하는 악취미를 가지고 있었기에 이 부분을 고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다. 그럴 때면 계속 속으로 되뇌었다. '누군가를 깔아뭉개면서 채우는 자존감은 진짜 자존감이 아니야. 이건 결코 너에게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아.'. 그러다가 나중에는, 누군가를 미워하면서 쓰는 내 에너지가 아깝다고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깔끔하게 고쳐졌다.


 세 번째 단계는 좋은 점을 크게 보려고 노력했다.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장점과 매력이 있다. 받아들여지는 사람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갈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상대방의 장점을 크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그러자 상대방이 가진 고유의 매력이 더 잘 드러나 보이기 시작했다.


 사소한 나로부터의 마음과 태도의 변화가 무엇을 이끌어 내었는지 상상이 되는가? 남 물어뜯기 좋아하고 열등감에 쌓여 별다른 꿈 없이 하루를 축내는 내 주변 사람들은 연락이 점점 끊기더니 그 빈자리를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자신과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채우게 된 것이다.


 나는 그 변화에 대해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구나. 모든 변화의 시작은 나로부터 시작되는 거구나.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내 주변 환경과 사람들이 변할 수가 있는 거구나. 그것을 깨달은 이후의 나의 삶은 완전히 180도 변하였다. 사람들은 내게 좋은 에너지를 주는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나도 그들에게 같은 이야기를 한다. 선순환과 악순환은 그 고리를 과감히 끊어내는데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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