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예또 Mar 17. 2023

드라마 같은 순간은 당신 인생에 오지 않습니다

 물론 올 수도 있겠고요. 하고 싶은 말의 요지는, 영화보다도 더 영화 같고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틱한 일들이 가득한 게 현실이라 해도, 모든 사람에게 다 그렇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한때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습니다. 사랑하는 누군가가 떠나고 나서, 꿈이 좌절되고 나서, 예상 못한 사고를 당하고 나서 삶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바뀌게 된 그들이요. 몇 시간째 같은 페이지에 머물러 있는 문제집을 펼쳐놓고선 ‘공부에 전력을 다할 터닝포인트’가 없는 제 삶을 원망하곤 했습니다.


 그런 수험생활이 10년 전 즈음 일이 되어버린 지금에 와서 돌이켜 생각해 보니 강한 충격으로 인한 강한 독기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게 바위 뚫는 낙숫물처럼 스며드는 독기더군요. 여태까지 삶의 태도가 바뀔만한 굵직한 사건은 없었어도 꽤나 열심히 살 수 있었던 건 매일매일 조금씩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품었던 ‘꾸준한 독기’ 덕분이었습니다.


 내 인생은 때론 따분할 지도 모릅니다. 화려하지 않을 수도 있고 계속 가늘기만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 인생이면 그런 인생대로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현재에 충실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내 인생 아직 끝나려면 멀었다는 사실을 되뇌면서요.


 당신의 인생을 집필한 작가가 당신 인생의 하이라이트를 마지막 두세 장에 몰아서 썼을지도 모르잖아요. 마지막 장을 덮는 그 순간까지, 열심히 달려보자고요 우리.

매거진의 이전글 나무와 포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