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나무가 있었다.
다른 나무들이 잠든 틈을 타
사랑을 속삭이던 두 나무가 있었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두 나무는 가까워지고 싶었다.
그러나 뿌리를 땅에 박고 살아가는 나무의 운명은
태어난 자리에서 죽는 것이었다.
나무는 남몰래 밤새 빌었다.
‘내가 사랑하는 나무를
한 번이라도 안아볼 수 있게 해 주세요.’
간절한 그 마음이 하늘에 닿았던 것일까.
잔잔했던 숲에 이질적인 모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기톱을 든 나무꾼이었다.
나무꾼은 땔감으로 쓰일
쭉쭉 뻗은 장작감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그의 눈에 나무가 들어온 것이다.
나무의 허리가 잘려 나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남은 나무가 슬퍼할 틈도 없이,
전기톱에 썰려나간 나무는 힘없이 추락했다.
나무꾼은 한동안 진을 빼야 했다.
"이 놈의 나무가 왜 이렇게 안 움직여."
허리가 잘려나간 유난히 길고 쭉 뻗은 그 나무가
옆에 있던 나무와 서로 엉켜버렸던 것이다.
나무는 남은 나무를 꼭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나는 소원을 이뤘어. 나는 정말 행복한 나무야.
그러니까 절대 내가 없다고 슬퍼하지 마.’
나무꾼의 어깨에 걸쳐져 멀어지는 나무를 보며
남은 나무는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별안간 나무꾼은 뒤를 돌아보더니
"바람도 없는데 나뭇잎이 왜 이렇게 흔들린다냐.
거 참 이상한 일이네."
하며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