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란 회사이자 00
인하우스 통번역사 (회사에 정규 또는 계약으로 일을 하는 통번역사) 시절, 집은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이었다.
첫 회사가 큰 기업이었고 삼시세끼 모두 사내식당에서 해결할 수 있었으니, 이 지역에 자취방을 구할 때도 부엌은 크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눈을 떠서 눈을 감을 때까지 온종일 이 집에 머문다. 예전엔 의·주(衣住)만 책임지던 집이 이제 식(食)까지 담당하게 되었고, 프리랜서로 살겠다고 선언한 순간 집은 결국 ‘사무실’이 되어버렸다.
정신 차리자.
'이제 집은 일터이자 휴식, 취미, 식사를 위한 공간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돌아보니 이 집에는 부족한 게 너무도 많다. 하다못해 목숨 연명을 위한 햇반 한 개, 간장-설탕-소금 기본 조미료 삼종도 없었다. 평일에는 회사, 주말에는 모임과 스터디, 약속으로 바깥을 나돌아 다니다 보니 엉망진창 정리도 안 된 나의 일터...
"집이 회사라니, 얼마나 효율적이고 좋은가!"라고 마냥 순진무구하게 외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프리랜서로 살겠어!"라고 외치고 하루, 한주, 한 달이 지나니 집은 회사일뿐만 아니라
늪
이었다.
누가 "프리랜서 통역사 있나요?"하고 외쳐준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통번역사 풀(pool)을 찾고, 이력서를 보내고, 지원을 하고, 샘플 테스트를 치고 합격해도 일이 주어지지 않는다.
불확실성은 발목을 휘감는 진흙이 되었고 불안은 차오르는 물처럼 날 가라앉혔다.
순다르반의 맹그로브처럼 프리랜서의 집은 사무실이자 감옥이고, 결국은 늪이었다. 밖으로 나가지 않는 한, 나는 이 수렁에서 끝없이 헤맨다. 나무뿌리와 진흙이 뒤엉킨 그곳에서 헤어 나오려 발버둥 칠수록 더 깊이 빠져든다.
그렇게 늪에서 괴로움에 발버둥을 치고 있을 때 난 [하얀 밤 하얀 숨]이라는 두 번째 공저 시집을 집필하게 되었다.
⛵ 예도하, 오늘도 강을 건너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