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는 마음, 불을 끄듯 꾹꾹 눌러 쓰다
23년 4월,
두 번째 공저 시집을 준비하며, 한 북카페에서 매주 사람들과 시를 지었다.
지금은 좋은 동료이자 친구가 된 작가님이 강좌를 이끌었고,
작가님이 준비해 온 시와 음악을 나누고, 그 위에서 각자 새 시를 써 내려갔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봄이었다.
첫 공저 시집을 썼을 때와 비슷한 계절이었지만, 마음은 아주 달랐다.
감사함과 미래에 대한 설렘이 담겨 있던 시에서 거센 요동이 일어난 것이다.
통번역사로서 일감이 들어오지 않으니
프리랜서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막막함과 답답함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밝고 따듯한 글감이 나와도 내 마음은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원래 살갑게 사람들을 챙기는 성격인데 미소도 잃고 불안에 휩싸여 지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첫날 솔직하게 말했다.
"요즘 마음이 힘들어서 표정이 어두울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의 말에 반응을 잘 못할 수 있습니다."
"숨을 좀 쉬고 싶어 모임에 참여했습니다, 양해를 구합니다."
망원경을 들고 발끝만 바라보며 걷는 사람이었다. 해는 지고 밤은 길게 늘어지고, 식량은 닳는데 방향도 보이지 않는 길 위해서 자책만 되풀이했다.
그럴 때마다 글로 도망쳤다.
누군가 알아봐 주기 바라며 도망자의, 흔적을 남겼다.
그런 마음에서 나온 시 중 하나가 밤 I이다.
밤 I
밤아,
더 깊고 길게 늘어져라
꼬리에 꼬리를 문
자책이 투영 속에서 불어나노니
가슴속 응어리
불꽃처럼 쏘아 올리련다
짙은 어둠아,
품은 것들이 바스러질 때까지
힘껏 늘어져라
지금 다시 꺼내 읽어보면 그때 감정과는 또 다르다.
내게 시란 결국 강에 띄워 보내는 종이배이다.
감정과 딱 차 올랐을 때 접어 흘러 보낸다.
한 번 손을 떠난 배는 다시 잡을 수 없다.
그렇게 모인 시들이 다른 작가님들의 시와 합쳐져 한 권으로 묶였다.
<하얀 밤 하얀 숨>이 세상에 나왔다.
아직 새 시집을 준비하고 있지 않지만, 오늘의 마음을 담은 배를 또 접어볼까 한다.
종이배가 모여 강을 흘러가면 또 다른 풍경을 그리겠지.
그렇게 나는 흘러 보내려고 한다. 각기 다른 모양과 색의 종이에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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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도하, 오늘도 강을 건너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