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통번역사로 살아남기 4

소싯적 팀플 하드캐리-ing

by 예도하
프리 라이더(무임 승차자)였나요?


학교 다닐 때를 떠올려본다. 늘 몇 명씩 조를 짰지만, 사실상 결과물은 몇 명의 손에 의해 좌우되곤 했다.

소위 ‘하드캐리’라는 하는 자(책임감이 강하거나, 완벽주의적 성향을 가진 사람)는 항상 한, 두 명 있었다.


이제 프리랜서로서 나의 삶은, 그 ‘하드캐리’를 혼자 도맡는 것이다.

그렇다면 통번역사 혼자서 팀플을 꾸려가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1. 일감을 받아오는 일

프로젝트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누군가의 신뢰를 얻고, 내 이력서를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때로는 나를 홍보하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회사에서는 영업팀이 맡을 일이지만, 프리랜서에게는 내가 곧 영업팀이다.


언제 어디에서 기회가 생길지 모르니 새 명함을 파고 발품을 판다.


2. 프로젝트 분배 및 일정 짜기

프로젝트가 들어오면 이제 팀장의 역할이 시작된다.
분량을 나누고, 마감 일정을 계산하며, 필요한 경우 클라이언트와 협상도 한다. 이 또한 온전히 내 몫이다.


3. 매일 진행 상황 체크하기

진행률 50% 인지, 70% 인지, 혹은 아직도 10%에 머무르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 ‘체크리스트’는 팀원인 나 자신에게 향한다. 한가할 땐 한도 끝도 없이 한가하다가 갑자기 일이 몰리니 미리미리 할 일을 해결해야 한다.


나태해지지 않게, 지치지 않게, 스스로를 밀어붙여야 한다.


4. 멘털 관리하기

가장 힘든 부분이다. 예상치 못한 피드백이나 번역기와의 비교는 자존감을 무너뜨린다. 하지만 무너진 멘털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사람도 결국 나다. 만약 통번역 일을 했는데 제때 요율 지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계약서 없이 일하게 되는 경우도 왕왕이라 독촉전화를 해야 한다. 내가 당연히 요구할 권리인데 괜히 눈치가 보인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괜찮아, 할 수 있어. 해야지.”라고 말해주지 않으면 멘털은 와르르 멘션이 된다.


5. 체력 관리하기

한 번 번역에 몰입하면 식사도 거르고 앉아 있기 쉽다. 하지만 체력이 바닥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당분을 섭취하고, 잠깐 창문을 열고 콧바람을 쐬어야 한다. 통역일이라도 나가면 어떤가? 종일 뇌가 쉼 없이 돌아간다. 행사장 분위기 적응, 연사의 발음과 발표 내용 이해, 그 외 의사소통이 되기 위한 일련의 노력들. 긴장 때문에 배탈이 날 수 있으니 너무 주제가 어려운 행사는 종일 굶을 때도 있다. "통역사님 오늘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행사장에서 나오면 영혼이 그대로 빠져나간다. 그래서 오늘도 난 근육통에 후들거리는 두 다리를 겨우겨우 다독여 헬스장으로 향한다.


체력은 곧 노동력의 원료이고, 수입의 원천이다.


6. 업무 수행 후 평가하기

프로젝트가 끝났다고 일이 끝나는 건 아니다. 결과물을 다시 점검하고, 나의 장단점을 기록하며, 피드백을 남긴다. 실패는 다음번을 위한 학습이 되고, 성공은 또 다른 도전의 자양분이 된다.


7. 다음 일을 위한 공부

통번역사가 다루는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오늘 경제 관련 이야기를 하다가 내일은 영화 그다음 날은 에너지, IT, 엔지니어링 등등 언어로 표현하는 모든 것을 다룬다. 그러니 오늘의 신문, 어제의 역사, 내일의 기술 학습을 게을리할 수 없다.


책을 펴고, 경제 잡지를 읽고, 새로운 단어 공부를 한다.


혼자서 팀을 꾸려가는 삶


홀로 일하는 프리랜서 통번역사인 이상 이 모든 과정을 결국 혼자서 해내야 한다.

누군가가 대신 분배해주지도 않고, 체크해주지도 않고, 위로해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만큼 모든 성취가 나에게 온전히 쌓인다.


프리랜서 통번역사로 산다는 것은
소싯적 팀플에서 하드캐리하던 내가,
이제는 혼자서 배를 모는 선장이 된다는 것이다.


언제 동료가 생길지, 어느 섬에 도달할지, 어떤 여행을 하게 될지 두렵지만 기대도 된다.



⛵ 예도하, 오늘도 강을 건너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프리랜서 통번역사로 살아남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