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자괴감 들고 괴로워
한 달 동안 진행하던 에너지 보고서 한영 번역을 마무리해 PM님께 전송했다.
그런데 ‘전송 완료’ 버튼을 누르는 순간은 그동안 어깨를 짓누르던 무게가 날아간 기분이었다.
"와, 끝내주게 소파에 누워 쉴 거야, 먹고 싶은 거 맘 편히 배달시켜 먹야지."
하지만 그 참을 수 없이 가벼운 마음도 잠시,
'메일 전송을 완료했습니다' 페이지에서 나와 노트북에게 휴식시간을 주는 순간부터
내가 번역했던 문장들이 하나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아, 이건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저 문장은 저 뜻이 더 맞는데.
밥을 먹다가도 떠오르고,
드라마를 정주행 하다가도,
잠자리에 누워서도 문장이 하나씩 깜박이며 떠오른다.
오늘은 오랜만에 숨 돌리는 오전이라, 미뤄두었던 번역 관련 서적을 펼쳤다.
그런데 오역과 정확한 의미 번역 사례들을 읽는 순간,
“내가 이렇게 실수했을까?” 하는 괴로움이 또 찾아왔다.
언어는 수식과 달리 애초에 100점짜리 답안이 존재하지 않는 영역이다.
나 또한 사람이 하는 일이니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일할 때마다 내 기량을 최대로 끌어내려 애쓴다.
그러니 납기 후엔 늘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 리포트 메일 '보내기' 버튼을 눌러 내 손을 떠난 문서인데
이건 마치 교수님께 제출한 리포트를 성적을 기다리는 대학생의 마음이랄까.
아니, 학생이라면 피드백이라도 받을 수 있지.
하지만 프리랜서 번역가는 피드백조차 희박하다.
결과물이 곧 다음 일로 이어지는 밥줄이니까.
그래서 결국 스스로 피드백을 하고,
다음 프로젝트에서 더 잘하려 애쓴다.
그리고 또, 같은 자괴감을 느낀다.
통역도, 번역도 만족보다는 자괴감이 더 많은 일이다.
그런데도 나는,
자괴감에 망각을 덧칠하고 또 다음 일을 시작한다.
자괴감 꼬리표를 끊어낼 날이 오긴 할까?
⛵ 예도하, 오늘도 강을 건너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