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까 말까 한다면 하자, ㄷㅈ!
번역 일을 마치고 아주 오랜만에 평화로운 하루를 보냈다.
오전엔 취미활동을 하고, 오후엔 카페에 가서 수업 자료를 만들고, 번역 관련 책을 읽으며 공부했다.
집에 돌아와 오디오북을 듣고, 이디엄 사전도 훑어보다가 만족스럽게 잠들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이틀 전 스쳐 지나가듯 본 통역사 모집 공고가 문득 떠올랐다.
상주직이 아닌 프리랜서 형태의 일이라 관심이 갔던 공고였다.
헐레벌떡 모집 페이지를 다시 열어보니
오늘 정오, 12시까지 접수 마감.
현재 시각은 오전 9시 반이었다.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기본 이력서는 있었지만 업데이트가 필요했고, 자기소개서와 지원 동기도 새로 써야 했다.
‘가능할까?’
일단 친한 친구 생일을 축하하고, 선물도 골라 보냈다.
그리고 샤워를 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제출하려면 2시간 남았고, 실제로 쓸 수 있는 건 1시간 반 정도겠네... 가능?’
차 한 잔을 내리며 스스로에게 다시 물었다.
'할까 말까?’
시도라도 하고, 떨어지더라도 ‘전송 버튼’은 누르고 보자.
There's Nothing to lose! 잃을 게 없지 않은가!
어제 여유 부린 나를 탓하며 노트북 전원을 눌렀다.
듀얼모니터를 켜고,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폭주하기 시작했다.
경력 업데이트, 문장 다듬기, 첨부파일 확인.
타닥타닥.
원룸 안엔 나와 타이핑 소리만 가득했다.
12시 정각, 전송 버튼을 눌렀다.
“아 몰라, 몰라, 몰라!”
혼잣말을 하며 소파에 몸을 던지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
퇴사 이후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불안과 주눅, 회피, 자기부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던 날들이 많았다.
하지만 오늘, 옛 이력서를 고치며 문득 생각했다.
‘아직 업계 주니어지만, 꾸준히 버티고 있구나.’
‘이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 더 큰 무대를 맡게 될 거야.’
믿을 구석도, 연줄도 없지만
맨땅에서 꾸역꾸역 길을 뚫어가는 나는, 아직 프린이다. (프리랜서 + 어린이 = 프린이)
그래도 프로젝트 하나 끝내고, 지원서 하나 보냈다.
오늘은 그걸로 충분하다.
그래. 할까 말까 할 땐 하자, 도전!
⛵ 예도하, 오늘도 강을 건너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