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통번역사로 살아남기 7

안도, 그리고 셀프 피드백과 크리틱

by 예도하

납기 했던 에너지 보고서 번역이 검수를 마쳤다.

PM님께서 보내온 피드백은 아주 간결했다.


"번역사님, 검수하면서 특이점은 없었으며 구두점, 단어 반복되는 것, 관사 정도 수정 :)"


그 한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깊고 진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며칠 동안 ‘혹시 큰 문제 있었나?’ 하는 자괴감 모드로 살았는데, 아무 일 없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갑자기 세상이 밝아졌다.


게다가 이번 프로젝트 중 유독 골치 아픈 단어 하나가 있었다.


도저히 맥락이 안 맞아서 협회에 직접 문의를 넣었는데 알고 보니 협회에서도 해결이 안 난 문제성 단어였다...⭐️

질문을 잘(?) 던진 덕분에 박사님까지 소환되었고, 결국 “원문 문제”로 결론이 나서 마음이 너무 편안해졌다!

(소화제 짤)


한영번역을 하면서 마치 바느질하듯 원문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영어 문맥과 논리에 맞게 위치를 바꾸고 필요한 문장 요소를 더하고 빼고 갖가지 묘기를 부리는데


보통은 결과물 내용전달력과 깔끔해진 문체를 보고 만족스러워하지만 가끔 이런 질문을 하신다.


“이 단어는 왜 빠졌어요?”
“이 순서를 왜 바꾸셨죠?”


그럴 때마다 속으로 생각한다.

‘그건... 영어가 은근 까다로운 언어라 그래요.’


영어는 반복을 극도로 싫어하는 언어라 같은 단어가 두 번 나오면 바로 ‘촌스러움’이 된다.


보고서나 공문서 같은 딱딱한 형식에는 그렇다고 문학처럼 멋을 부릴 수도 없고, G나 P의 손길이 느껴질 정도로 기계적인 것도 안 된다.


결국, 깔끔하고 자연스럽고 센스 있게... (알잘딱깔쎈)
그 ‘딱’의 감각이 인간 번역사의 실력 아닐까.


특히 에너지나 인프라 분야처럼 일반인은 절대 모르는 전문 용어가 쏟아지는 자료를 번역할 땐 서칭력과 자료정리 능력이 생존기술이다.


‘아, 이건 나중에 쓸 수 있겠다’ 싶은 문장은 내 데이터베이스에 넣어두고, 다음 프로젝트에서 재활용한다. (지식 업사이클링✨ 붸리 나이스)



셀프 피드백 & 크리틱

반복 명사 생략!

형용사 동의어를 다양하게, 그러나 비즈니스톤 유지

관사, 관사, 그리고 관사 (결국 외우는 수밖에 없다)

숫자는 풀어쓸지, 숫자로 쓸지 한 번 더 확인

다시 보기 싫어도 내 번역을 소리 내어 읽어보기

이번 번역 칭찬할 점: 도입부 문장 정리 깔끔했다!

교훈: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안 나오는 건, 질문하자. 원문 오류일 수도 있다. 괜히 혼자 끌어안고 나중에 문제 터뜨리지 말기.



⛵ 예도하, 오늘도 강을 건너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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