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하지 말기
지난번 에너지 산업 한영 번역에 이어 이번에는 영한으로 간단한 기업 소개글을 번역했다.
단어도 몇 개 없었고 보고서에 비해서 내용도 어렵지 않았다.
“이건 하루면 되겠네.”
자신만만하게 시작했다.
그런데 의외의 복병이 있었다.
바로 직책과 회사명.
우리나라처럼 부서 체계가 딱 정해져 있지 않아서, “이게 무슨 말이지?” 싶은 표현들이 너무 많았다.
결국, 말이 안 되는 한국어보다는 낫겠지 싶어 영문을 대부분 그대로 남기고 PM님께 납기 했다.
그리고 다음날...
피드백 폭탄이 도착했다.
“번역사님, 한국어 표현이 많이 어색해 자연스럽게 읽히지 않습니다.”
그 한 문장을 읽고,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갑자기 내 한국어 실력이 퇴보한 기분이었다.
요즘 매일 책도 읽고, 번역 관련 서적도 공부하고 있었는데...
“내 실력 무엇? 이것밖에 안 된다고?”
이 말이 입 밖으로 나왔다.
지난 프로젝트는 피드백이 괜찮아서 자신감 충만했는데 이번엔 한국인이 한국어가 어색해서 일을 제대로 그르쳤다.
멘털이 흔들렸다. 자괴감이 올라왔다.
결국, 최종본과 내 번역본을 나란히 놓고 분석했다.
어디서부터 문장이 비틀렸는지, 왜 리듬이 깨졌는지 찾고 반성했다.
‘말이 된다’와 ‘자연스럽다’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걸, 이제 체감했다.
그리고 하나 더.
앞으로는 직책이나 회사명도 절대 대충 넘기지 말자.
비록 문장이 좀 길어지고 말이 안 되어도, 최대한 한국어로 풀고, 발음 표기도 같이 넣자.
그게 결국 독자를 위한 일이니까.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 갈길이 먼데
지금 이렇게 짧은 분량하고 역대급 피드백을 받아 마음이 울적해졌다.
“지금 부족함에 너무 상심하지 말자.
진짜 큰 프로젝트에서 실수 안 한 게 어디야.”
오늘은 자괴감 리필 대신, 반성 한 스푼 추가.
내일은 또 강을 건너야 하니까.
파이팅 하자. 그리고 공부 더 하자...!
⛵ 예도하, 오늘도 강을 건너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