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 이후 다시 인하우스 복귀
나란 인간... 제 발로 회사에 돌아가다니
첫 인하우스 생활을 마무리하고
통번역 프리랜서, 이코노미스트 영어 과외, 성인 영어 회화 강사 삼중생활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었다.
여전히 불안은 내 어깨 위에서 생계난에 대해 속삭인 채.
존경하는 나의 통번역사 멘토이자 내가 강사로 있던 영어학원의 원장님이 말했다.
"쌤! 한, 두 번은 더 인하우스 경험해 보는 게 좋을 듯 :)"
조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여러모로 회사형 인간은 아니다.
하지만, 내 발로 다시 회사에 간다면 숨 막혔던 시스템 안에서 또다시 살아남고 한 영역을 깊게 파고들어 미래의 프리랜서인 나에게 잠재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간으로 보내고 싶었다.
그리고 항간에는 이런 말도 들렸다.
“사회초년생일수록 인하우스 통번역사 되기 쉽다.”
그러니까, 나이 먹기 전에 한 번 더 가야 한다는 논리였다. (잔인하지만 맞는 말이다.)
첫 직장 생활이 코로나로 겹치면서 통역 기회가 적었던 것이 마음이 쓰여서
두 번째 인하우스 생활에도 번역을 위주로 한다면 영영 통역을 못하게 되는 게 아닌지 두려웠다.
인하우스 통번역사 직무 특성상 번역이 압도적으로 높은 성격을 이해하지만
통역 비중이 그래도 있는 회사 공고가 뜨는지 계속 살펴봤다.
삼중생활 + 국제 행사 기획사 통번역 일을 하던 중,
드디어 두 번째 인하우스 합격 소식을 받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한 달 가까이 면접을 보고 서류를 주고받으면서 신뢰감을 주던 회사가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내일부터 출근하지 않으면 입사 취소입니다.”
…네?
내일이요?
저는 지금 다른 행사 통역 스케줄 잡혀 있고, 학원 수업도 인수인계 중인데요?
공고에는 다음 달부터 출근이라 했고 채용과정 중에 현재 프로젝트 일정 다 말씀드리고 알겠다는 확답도 몇 번이나 받았잖아요?
이 통보 하나로 모든 일정이 엉망이 됐다.
게다가 곧 6시인데 본인들이 퇴근 전까지 확답을 달라고 한다. 이렇게 황당한 경우가.
한 달간의 채용과정 동안 무수히 확인하고 기획 업체, 학원에 그때끄때 채용 상황 보고를 했었는데.
이럴 수가.
다행히 함께 일하던 분들은 다들 좋은 분들이었다.
“우린 괜찮아요. 남은 일만 출근해서 주말에 좀 봐주고. 본인에게 제일 좋은 방향으로 가요.”
응원도 해주셨다.
그래도 사업체 입장에선 내일부터 통번역사/ 강사가 빠지는 건 영락없는 손해다.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으로 주말에 줌으로 행사준비 미팅 통역을 마무리하고, 내 수강생들에게 일일이 연락 인사하고, 학원에도 방문해 선생님들께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그렇게, 1년 동안 IT 기업에서 신기술 통번역을 담당하게 된다.
자율주행, 양자역학, AI, 클라우드, 블록체인, IoT, 내비게이션...
신문에서만 접했지 이렇게 상세히 보고서와 기술동향서를 번역하며 온라인 회의에 통역사로 참여했다.
계속 배우고, 통번역하고, 버티고.
오늘도 어김없이,
⛵ 예도하, 오늘도 강을 건너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