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앞에서 나는 언제나 조연이었다
23년의 기록 중.
며칠 전, 번역을 마치고 수업까지 끝낸 뒤
침대에 누웠는데 문득, 이야기가 너무 그리웠다.
내 시선을 빼앗아가는 강렬한 이야기.
읽는 순간 나를 통째로 데려가 버리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떠올리니 갑자기 질투가 났다.
나도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은 욕망이
머릿속을 꽉 채워 두통으로 번졌다.
그날 밤, 깊은 잠에 들 수 없었다.
꿈에서도 이야기를 찾아 헤맸다.
정말로, 이야기가 그리운 밤이었다.
...
요즘 나의 시야에 한 소년이 들어왔다.
말을 놓는 데도 거침이 없고,
나처럼 매일 뭐라도 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사람.
내 시를 읽고 멋지다고 말해주었고
혼자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려는 내 모습을
조용히 응원해주기도 했다.
그 소년과의 이야기가
어디론가 흘러갈지는 모르겠다.
...
이야기에 있어서 나는 언제나 조연이었다.
누군가의 서사에 기대어 있다가
다시 내 자리로 돌아오는 조연.
그래서 더더욱
주연이 될 순간이 다가올지 예측할 수 없다.
기대는 늘 큰 실망의 그림자를 드리우니까,
그 마음을 조용히 접어두고
나는 다시 내 생활로 돌아오려 한다.
⛵ 예도하, 오늘도 강을 건너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