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통번역사로 살아남기 19

기록은 언제 생존이 되는가

by 예도하

아직 1월의 첫 글을 정하지도, 쓰지도 못했다.


나의 글 보관함에는 몇 개의 기록이 저장되어 있지만
비수기를 처음 제대로 겪고 있는 지금의 심경과는
어쩐지 잘 맞지 않았다.


다듬어 발행할지, 아니면 새로 써야 할지.


그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글 자체를 회피했고,
한 주의 마지막이 끝나가는 지금에서야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저장해 두었던 나의 ‘기록’ 그 자체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매일 일기를 쓰지는 않지만 특별한 사건이 있거나

마음이 크게 움직인 날에는 꼭 기록을 남겼다.


어떤 일이었는지,
어디서 막혔는지,
다음엔 무엇을 고쳐야 할지.


실수와 버릇을 줄이고 조금이라도 나아가기 위해 쓰는

일지에 가까운 기록이었다.


나만 볼 수 있는 글이었고, 감정의 배출구였으며,

미웠던 나를 설명하기 위한 언어였다.



하지만 점차 글은

세상에 외치는 생존 신호가 되어갔다.


두문분출하고 있는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표시.


마음이 힘들수록
사적인 연락을 먼저 하지 않고,
SNS도 들여다보지 않는다.


자취방에 홀로 앉아 그저 나와 대화를 계속할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을 정리해 글로 올릴 때면

아직은 나를 잃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구나,


이게 나의 생존 신호구나,

그제야 알게 된다.


이 긴 겨울을 버티려면 결국 써야 한다는 것밖에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아직 마음이 뛰는 이야기 소재는 없고,
선보여야 하는 시간만 성큼성큼 다가온다.


그럴수록 다시 고통의 구렁텅이에 빠지기 쉽다는 것도,
자책은 더 깊은 덫을 놓는 길이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오늘은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에 만족하기로 했다.


애쓰지 않는 방향으로,
오늘도 생존 신고를 하기 위해 기록을 남긴다.





⛵ 예도하, 오늘도 강을 건너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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