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통번역사로 살아남기 27

처음 겪는 비수기를 견뎌내는 법

by 예도하
일단 저지르고 본다.


작년에는 해외 프로젝트를 1월부터 시작했다.
그래서 통번역 업계의 비수기를 정면으로 마주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온 지금,
처음으로 제대로 비수기를 겪고 있다.


언제 다시 통역 일이 들어올지 모르는 시간.
처음 겪는 상황이라
무기력과 울적함, 불안 같은 감정이 차고 넘쳤다.


그 시간을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겨우 힘을 내 시작한 일이 하나 있다.


작년 해외 출장과 여행을 바탕으로 여행 산문을 쓰는 것.


2월부터 쓰기 시작해
3월 안에 책을 내겠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선언했다.


그리고 바로 애프터 북스 클래스도 등록했다.
출간을 준비하는 작가들과 함께 러닝 메이트가 되었다.


마침 미지의 세계, 아르헨티나로 떠날 계획도 잡혀 있었다.

러닝 메이트 작가님이 말했다.

“지금 준비하는 책으로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이랑 북페어도 하나 나가보고 떠나면 어때요?”


그 말을 듣고 생각했다.

그래, 비수기라 지출만 늘어나는 시기이긴 하지만
먼 미래를 생각하면 이런 생산적인 지출이라도 해두는 게 낫지 않을까.


아르헨티나의 E가 보내준『별빛 나그네』 스페인어 번역본도 검토했다.

몇 가지 수정 의견과 번역 옵션을 정리해 피드백을 보내고 온라인 미팅을 잡았다.


12시간 시차가 나는 아르헨티나.

몇 달 만에 E를 다시 만나니 근황 이야기를 잔뜩 나누고 싶었지만
우리에게는 우선순위가 있었다.

일! 일! 일!


70분 동안 번역본을 함께 검토하고
다음 주 안에 내가 스페인어 번역본을 기존 책에 반영해 편집해 보기로 했다.


출판 인쇄 견적 문의도 미리 보내 두고
다시 여행 산문 내지 편집으로 돌아왔다.


2주 안에
- 크라우드 펀딩을 준비하고
- 북페어를 준비하고
- 스페인어 작가, 작품 소개도 정리하고
- 귀국 후 6-7월 열 개인전 그림도 완성할 수 있을까.


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게다가 지금 벌어지는 일 대부분은
수입이 아니라 지출이다.


그래도 올해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저장해 놓은 총알이 다 떨어지더라도
할 수 있는 아웃풋을 최대한 만들어보자.


이제 남은 건
뒤돌아보지 않고
감당하는 것뿐이다.


감사하게도 옆에서 묵묵히 지지해 주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무너지고 싶을 때에도

건강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나를 보여주고 싶다.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 보려고 한다.


일단 저지르고 본다.

결과물을 만들고 나서
그다음을 생각하자.




⛵ 예도하, 오늘도 강을 건너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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