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자기 계절을 의심하지 않는다
봄이 늦장을 부린다며
투덜대다가도
꽃의 역사상
봄이 너무 늦게 도착한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 옛날 사람이 없던 시절에도
꽃이 피지 않은 봄은 없었으니까
꽃은 봄을 탓하지 않는다
꽃샘바람에
어린 꽃잎이 떨어져도
두려움 없이 다음 꽃망울을 피워낸다
봄이
언 땅을 다독이고
볕이 무르익는 것을 지켜보며
제 봄을 살아낸다
나도
나의 봄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