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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도르노 Jul 19. 2022

미는 어떤 마음의 지각이다.

영국 취미론 (2) - 허치슨 <내적 감관론>

프랜시스 허치슨 (1694 - 1746)
"우리의 근대철학 저술들에서는 쾌가 단지 감각적 쾌와 이성적 쾌로만 분류되고 후자가 전자보다 더 가치롭다고 주장되는데, 이것은 진부하고 케케묵은 논변이다." [탐구]


그의 저서 [탐구]에서 엿볼 수 있듯이 허치슨은 쾌의 종류가 3가지라고 생각했다.

1. 단순 감각에서 유발되는 쾌
2. 생각 혹은 믿음의 명제적 내용이 유발하는 쾌 : 인지적 쾌
3. 이 두 가지 종류와 구분되는 제3의 쾌 : 취미와 관련된 쾌

허치슨 취미론의 목적은 제3의 쾌를 분석하는 데 있었다.  허치슨은 제3의 쾌를 간혹 "delight"라고 지칭했을 뿐 특별한 이름을 짓지는 않았다. 오늘날로 따지자면 '미적'이라는 용어가 이 쾌를 지칭하는 데 합당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때의 '미적'이란 '무관심적'이다. 대상에 대한 소유욕과 대상의 도구적 가치에 대한 주목을 배제한다는 의미이다.


허치슨 취미론의 목표는 유명론적 기계론 속에 섀프츠베리의 무관심성을 조화시키는 것이었다. (*유명론 : 오직 이름만 있다. 어떤 대상이나 개념에 대해서 그것을 알 수 없고, 그것에 붙인 이름만 알 수 있다.) 허치슨이 섀프츠베리에 많은 영향을 받아 둘의 이론이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미적 경험 주체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섀프츠베리의 본성의 기관은 '직관'이었고, 허치슨의 본성의 기관은 '미의 감관'이었다. 섀프츠베리의 무관심적 열정이 비물질적인 영혼을 향한 것이라면, 이러한 '무관심성 개념의 자연화'에 허치슨 취미론의 핵심이 있다.


미의 감관(sense of beauty)

그렇다면 허치슨의 미적 경험 주체인 '미의 감관(센스 오브 뷰티)'는 무엇일까. 허치슨에 의하면 그것은 오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과는 또 다른 내적인 것이다. 미의 감관은 마음 안의 어떤 관념에만 반응한다. 취미를 자극하는 자극체를 물리적 속성이 아니라 심적 속성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세계와 직접 만나는 외적 감관(ex. 오감)과는 달리 미의 감관은 최후방에 위치하고, 우리가 느낀 관념들에 대한 평가적 기능을 수행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외적 감관으로 무엇인가를 느끼면, 그 물리적 속성들이 인간의 마음에 완념을 일으킨다. 이 관념적 자극체가 취미를 자극하면(좋아함을 느끼게 하면) 미의 감관은 매우 좋아할 것인지 조금 좋아할 것인지 이 자극체를 평가하고 쾌를 산출하는 것이다. 이처럼 지각된 것에 대한 2차적 지각인 미의 감관은 인간만이 가진 고급한 능력이다.


미의 관념(idea of beauty)

'미의 관념(아이디어 오브 뷰티)'는 가치평가의 심리적 근거가 되는 감정이다. 미의 감관이 존재하기 때문에 미의 관념이 발생할 수 있다. 미적 감정은 대상이 의미 있는 형식을 지니고 있음을 알려주는 심리적 증거이다. 인간이 의미 없는 것을 가져와서 좋아한다고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려는듯한 느낌을 준다. 취미는 이 같은 심리적 증거를 발생시키는 능력으로 상정되었다. 즉 미는 우리가 세계에 부여하는 지각적 가치이다. 세계가 얼마나 좋은지 평가한 심리적 상태를 지칭하는 용어인 것이다. 이로서 허치슨의 미는 물건과 인간 간의 관계에서 성립하는 심리적 가치를 지칭하는 용어가 되었다.


"미는 어떤 마음의 지각이다"

우리는 물체가 색, 냄새, 맛 등을 실제로 가지고 있고 실제의 사물이 '아름답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름답다'라는 말은 세계(물체)와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우리의 심적 상태에서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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