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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도르노 Jul 26. 2022

취미는 단일한 지각 능력이 아니라 복합적 능력이다

영국 취미론 (3) - 제라드, 알리슨 <관념연합론>

Alexander Gerard, 알렉산더 제라드 (1728-1795)
취미는 하나의 단일 지각 능력이 아니다.
-알렉산더 제라드-

(애버딘 대학교에서 이 사진을 제라드의 초상화로 선정했지만 확실하지 않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관념연합론자들은 허치슨의 내적감관론에서 문제를 발견했다.

허치슨은 미의 감관이 물리적인 것에 반응하는 게 아니고 마음에서 반응하는 기관이라고 했는데, 마음이 백지상태라면 미의 감관은 작동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버크, 제라드, 알리슨 등은 '관념적 자극체가 취미를 자극하면 취미가 쾌를 산출한다는 인과관계에는 허점이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동의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쾌는 어디서 오는가?

관념연합론자들에게 쾌는 관념들의 연합과정 중에서 발생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관념연합이란, 말 그대로 어떤 관념 뒤로 다른 관념들이 잇따르면서 형성하는 사고 및 지각의 연쇄적 흐름이다. 쉽게 말해서 우리가 어떠한 것을 머릿속에 떠올리면 그 뒤에 계속해서 다른 무엇인가가 연상되어 떠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허치슨과 관념연합론자들의 차이점

허치슨은 관념연합을 몰랐던 것은 아니었고, 취미의 다양성을 설명하는 원리로 사용했다. 그는 포도주를 예시로 들어 우연적인 요인들이 취미판단의 차이를 만든다고 말했다.

포도주의 맛은 자연적으로 쾌감을 주는 것이지만 이를 어느 날 구토제로 사용한 후부터는 그 자연적 맛이 불쾌감과 결합돼서 선호를 변화시킨다. 그리고 포도주가 구토제로 사용된 것은 우연적 속성이다.

이처럼 허치슨에게 관념연합은 '반복된' 경험이 중요한 습관적 연합이었다.


연합론자들은 허치슨과 다르게 관념연합을 미적 경험의 본질을 설명하는 원리로 사용했다. 관념들이 연합하는 방식, 즉 연상의 종류란 매우 다양하다. 이제 '미적'이라는 용어는, 다양한 관념연합 과정 중에 쾌감이 발생하며 쾌감과 혼합된 다양한 경험의 양태를 통칭하는 용어가 된다. 쉽게 말하면 '미적'이라는 의미의 결과적인 분류가 아니라, 경험의 종류 자체를 지칭하는 용어가 되었고 그 안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사례들이 있게 된다.


제라드와 알리슨의 관념연합

Archibald Alison, 아치볼트 알리슨 (1757 - 1839)

미란 무엇인가? 에 대한 논의는 관념연합론자들에게는 사라진다. 관념연합론에서 미의 관념은 쾌감이 섞여있는 어떤 복합적인 감정 그 자체이다. 경험론의 의미론에서는 단순 관념들을 각각 설명했다면, 복합관념에서는 경험론의 의미론이 '미'에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 더욱더 명확해진다.

레몬에이드는 레몬과 탄산을 섞어서 만든다.
이때  '레몬' '탄산' 내적감관론에서의 단순 관념들이라고   있겠다.
하지만   개를 합치면 다시 분해할  없다.
그렇기 때문에 레몬에이드는  자체로 새로운 것이 된다.
'복합관념' 레몬에이드처럼 구성요소가 복합적이지만  자체로 새로운 하나의 관념인 것이다.

관념연합론자들은 '다시 분해할 수 없는 속성'에 미적 경험의 본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적 경험에서 나타나는 관념연합은 그 하위의 요소들을 설명함으로써 정의될 수 있는 연쇄가 아니라 복합된 관념 그 자체가 바로 미적 감성이다.


관념연합론의 의의

허치슨은 미의 감관 이외에도 다양한 범주마다 숭고의 감관, 신기함의 감관, 유머의 감관 등을 할당했지만 이는 '현상마다에 설명의 원리만 늘리는 중세적인 방법'이라고 평가되었다. 우리가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를 생각해보자. 주도적으로 작동하는 능력을 골라낼 수 있는가? 허치슨에 의하면 '숭고함의 감관과 신기함의 감관과 미의 감관 ... 여러 개의 능력이 작동하고 있다'라고 하나하나 말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 다르게 관념연합론에서는 다양한 관념들과 쾌감이 한데 녹아있는 하나의 새로운 관념, 바로 이것이 "미의 관념"이 된다. 우리가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 감각, 기억, 상상, 욕구, 기대, 추론 등 모든 지각적이고 인지적인 자원을 동원하는 복합적인 것 자체가 '미의 관념'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관념연합론은 미의 경험에서 특별한 원리, 즉 독립된 지각 기관을 따로 추가하지 않고 자연적 능력들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관념연합 방식이 다양함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미적 경험이 존재한다. 관념연합론은 다양한 미적 경험을 통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원리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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