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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도르노 Aug 02. 2022

1750년, 드디어 [미학(Asethetica)] 등장

바움가르텐 미학의 중심 개념들

이 매거진의 시작은 미학 창시자 '바움가르텐'의 소개였다. 그리고 과거로 되돌아가 기원전 8세기경의 고대 그리스부터 시작해서 중세를 지나 프랑스의 예술철학과 영국 취미론까지 훑으며 지금에 도착했다. 이렇게 많은 시기를 지나오면서 했던 '미'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수많은 생각 속에서 '미'에 관련된 파편들만 조각조각 모아 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금까지 '미'를 하나의 분야로 생각하고 사상을 펼친 철학가는 없었다. 감성(미)이라는 것은 이성처럼 또렷하게 인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부정적인 위치였기 때문이다. 또렷하게 인식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것만으로도 할 말이 많은데 굳이 비주류인 감성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도 없었고, 이야기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철학이 논하는 것이 다양해졌고, 취미론에서 미에 대한 논의가 깊어지나 싶더니 독일에서 드디어 '미학'이라는 분과가 등장했다. 그것이 바로 바움가르텐의 명명한 '아이스테티카'이다.


바움가르텐의 미학 관련 주저
- [성찰(Meditationes)](1735)
- [형이상학(Metaphysica)](1739)
- [미학(Aesthetica)](1750)

바움가르텐은 [미학]에서 '아이스테티카'를 '감성적 인식의 학문'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이 정의를 설명하기 위해 네 가지 동의어를 사용했다.

동의어 1) 아르테스 리베랄레스의 이론

아르테스 리베랄레스. 어렵게 느껴지는 이름이지만 사실은 '제예술 일반'을 지칭할 말이 딱히 없어서 낡은 명칭을 사용했다. 이 시기의 아르테스 리베랄레스에는 모든 기술들 및 학문들이 포함된다. 고대 그리스의 테크네와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되지만, 바움가르텐이 [미학]에서 특별히 고려한 아르테스 리베랄레스는 시, 웅변, 회화, 조각, 음악과 같이 감성적으로 완전히 인식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 첫 번째 동의어는 '아이스테티카가 제예술에 관한 이론적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원리로 사용이 가능하다'라는 희망을 담고 있다. 제예술에 관한 이론을 정초시키기 위해 '아이스테티카가 어떤 쓸모가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다. 바움가르텐은 아이스테티카가 "아르테스 리베랄레스를 위해 적절한 원리를 제공한다."라고 언급하며, "동시에 판명한 인식의 한계를 벗어나 우리의 인식을 향상한다"라고 말했다.


동의어 2) 하위 인식론

논리가 상위 인식능력이라면 감성은 하위 인식능력이다. 바움가르텐은 '하위 인식을 인도하는 학문'또는 '어떤 것을 감성적으로 인식함에 관한 학문'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말한 학문으로서의 아이스테티카가 [미학]에서는 '하위 인식론'이라는 동의어로 설명되었다.

어떤 것을 애매하고 혼연 하게, 혹은 불판명하게 인식하는 능력이 하위 인식능력이다. .....
감성적으로 인식하고 표출하는 것과 관련된 학문이 아이스테티카(하위 인식능력의 논리학)이다.
- [형이상학]

바움가르텐이 말하는 감성적 인식능력, 또는 감성이란 무엇일까? 그는 [형이상학]에 그 능력들을 제시했다.

외적 감각에 관련하는 감각능력 + 상상력, 통찰력, 기억력, 허구 능력, 예견력, 판단력, 예언력, 기호 능력

여기서 나열된 능력들을 '유사 이성'으로 재설명한다.


동의어 3) 유사 이성학

'유사 이성'이란 원래 동물이 본능적으로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태도를 표현하기 위한 말이었다. 라이프니츠가 이러한 동물의 본성이 이성과 몇 가지 유사함을 밝혔고, 볼프는 이것을 '유사 이성'이라고 불렀다. 바움가르텐은 이 말을 감성적 인식의 능력에 적용한 것이다.

[형이상학]에 따르면 유사 이성에는 다음의 능력들이 포함된다.

1. 주의력(사물들의 일치를 인식하는 하위 능력)

2. 예민성(사물들의 차이를 인식하는 하위 능력)

3. 감성적 기억력

4. 허구 능력, 판정능력

5. 유사한 경우들의 예상력

6. 감성적 기호 능력

[미학]에서 하위 인식능력과는 별도로 유사 이성이 언급되는 것은, 아이스테티카에서 다루는 감성이 단순한 감각 이상의 것이라는 생각을 알려준다.


동의어 4) 아름다운 사유의 학문

'감성적 인식의 학문'이라는 정의를 그대로 따른다면 아이스테티카의 대상은 '불판명한 인식 전체'가 된다. 바움가르텐은 거기에 선을 그었다. 아이스테티카는 감성적 인식 그 자체의 완전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이성이 그 자체로 완전하듯) 감성적 인식 자체의 완전성은 '미'이다. '미'가 곧 아이스테티카의 목적이고, 그 반대는 감성적 인식 자체의 불완전성, 즉 추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사유의 학문'을 또 다른 동의어로 사용한 것은 '미'라는 목적을 규정하기 위함일 것이다. 바움가르텐의 이론 미학에서는 감성적 인식 자체의 완전성을 추구하기 위해서 혼연한 표상들만이 고려대상으로 남는다. 판명한 표상들도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고, 애매한 표상도 제외된다. 즉, 그는 "어떻게 해야 혼연한 표상들이 아름답게 될 수 있는가"를 중심 문제로 삼고 있다. 마치 '미학에서는 아름다운 인식만을 다룬다! 추한 것은 생각도 하지 마라!'라고 말하는 듯하다.



지금까지 보았듯 '아이스테티카'라는 단어 하나에 참 많은 의미가 압축되어 있다. 상위 인식 능력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애매하게 느끼고 있던 하위 인식 능력을 직시하며 시야가 깨끗해지는 느낌이 든다. 예술을 하며 나를 찝찝하게 했던 불판명한 감각들을 명확하게 마주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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