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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도르노 Aug 16. 2022

셸링, '미학'에서 본격적인 '예술철학'으로

셸링의 예술철학

바움가르텐에 의해 '미학'이라는 명칭이 생겼고, 영국 취미론자들 덕분에 취미판단의 기준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리고 칸트의 '판단력비판'을 통해 미학이 본격적으로 체계화되고, 이후 셸링에 이르러서는 예술이 철학의 가장 중요한 주제로 부각되게 되었다.


프리드리히 빌헬름 요제프 폰 셸링(Friedrich Wilhelm Joseph von Schelling) 1775~1854


자연철학

셸링 철학의 목적은 우연적인 자아(관념)와 필연적인 자연(실재) 사이의 모순을 통일하는 데에 있었다. 그에게 인간은 자연의 일부였고, 인간을 포함한 자연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였다. 이 유기체는 분리가 불가능하고 전체의 자아가 각 부분의 위치를 결정한다. 여기에서 가장 위의 단계에 있는 것이 바로 인간이고 인간은 자연의 관념성을 가장 명백하게 드러낸다.


우리가 지금까지 다뤄왔듯이 자아(관념)는 예술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이 때문에 예술이 철학의 중요한 주제로 부각되었다. 참된 예술은 단순히 인간이 만든 구성물인 것으로도, 온전히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산물로도 간주될 수 없다. 예술의 본질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자연과 예술(관념) 이 두 가지 계기가 내적으로 통합되어야만 했다. 이 때문에 셸링을 포함한 낭만주의 철학자들에게 제기되었던 핵심 과제는 '자연과 예술에 깃들어있는 대립적 계기들을 어떻게 혼합, 해소시켜 낼 것인가'였다. 그리고 셸링은 이  핵심과제를 학문의 체계적 서술로 정립하고자 했다.


[선험론적 관념론의 체계]

셸링은 저서 [선험론적 관념론의 체계]에서 자신의 청년기 사상을 체계화했다. 그는 표상과 대상을 일치하고자 했던 자신의 구상을 '이론철학 - 실천철학 - 목적론 - 예술철학'순서로 설명했다. 이론철학은 '우리의 표상(자아)이 어떻게 대상을 향해서 지식을 만들어내는가'에 대해 설명하고,  실천이론은 대상들이 표상들을 향하며 '현실에서 어떻게 실천하는가'에 대해 얘기한다. 예술철학은 이 둘을 종합하고 있다.


끊임없이 생각한다는 것은 다르게 말하면, 현실과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론철학에서도 실천철학에서도 표상과 대상 사이의 거리는 해소될 수 없었다. 이 거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둘을 포괄하면서 더 상위의 철학으로만 가능하다. 셸링은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미적 직관'이라고 말했다. 예술작품이 완성된다는 것은 의식적 활동과 무의식적 활동 간의 모순이 지양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예술작품의 존재는 자유와 필연성의 절대적인 통일의 국면이고, '미적 직관'이 이 통일을 가능하게 한다.  


[예술철학]

셸링은 자신의 자연철학과 선험철학을 통일시키고 싶었고, '동일성체계'를 확립하며 그의 철학은 새로운 전환 국면을 맞았다. 그의 저서 [예술철학]은 동일성 체계의 예술철학적 확증일 뿐만 아니라 절대자 속에서 예술의 자리를 마련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절대자란 주관적인 것과 객관적인 것이 무차별적으로 합쳐져 있는 것이다. 절대자 자체가 철학의 매개자이다. 철학이 절대적 동일성 자체를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이라면, 예술은 그 무차별성 자체를 표현한다.


셸링에게 예술은 다음과 같이 규정된다.

예술은 그 자체 단순한 행위도 또 단순한 앎도 아니며 오히려 그것은 전적으로 학문에 의해 투과된 행위(ein ganz von Wissenschaft durchdrungenes Handeln) 이거나 혹은 거꾸로 말해, 전적으로 행위가 된 앎(ein ganz zum Handeln gewordenes Wissen) 이기 때문이다. 즉 예술은 이 둘의 무차별성이다

[예술철학]의 근본적인 의도는 모두가 동일한 지평 위에서 '예술'의 형식을 서술하는 데에 있다. 이는 예술의 형식 내에 하나의 우주를 구성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셸링에 따르면 예술작품이란 저마다의 우주(Universa)이며, 절대자가 특수하게 만들어낸 것이다. 예술 가운데서 경험되는 미는 절대자를 유한한 것에 근접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한 과정을 의미하고 있다. 셸링 예술철학의 목표는 이와 같이 미가 내포하는 이성의 계기(특별한 과정)들을 통해 하나의 포괄적인 이성개념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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