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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도르노 Oct 11. 2022

예술, 존재의 진리가 명백하게 나타나는 탁월한 장

하이데거의 예술철학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 ~ 1976) 독일

하이데거를 생각할 때 바로 떠올릴 수 있는 키워드는 '존재철학'이다. 그는 예술 또한 존재와의 연관 속에서 고찰했다. 하이데거가 말하는 존재란 생생한 생김이며 흐름 그 자체이다. 존재자가 '있는 것'이라면 존재는 '있음'인 것이다. 하지만 내가 지금 '있다'는 것은 순간순간의 나를 없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존재 숨김'의 경험은 하이데거에게 존재에 접근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만들어 주었다. 하나는 지금까지의 형이상학적인 철학 속에서 감추어져 있는 존재의 진리를 떼어내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존재의 드러내면서 숨겨가는 진리적 모습 자체를 수립하는 방법이다. 예술은 후자의 방법에서 중요하게 등장한다. 


하이데거에게 예술은 존재가 위장되지 않은 채 드러나는 탁월한 영역이다. 때문에 그는 존재의 진리가 명백하게 나타나는 탁월한 장으로 예술을 탐구하기 시작했고, 그에게 예술의 주체는 예술가가 아닌 예술가의 작품 그 자체였다. 하이데거는 저서 [예술작품의 근원]에서 예술작품과 만나는 방식 두 가지를 소개했는데 반 고흐의 작품인 <낡은 구두 한 켤레>를 통해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반 고흐 - 낡은 구두 한 켤레

작품을 존재자로서 만나는 방식

존재자 지향적인 방식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말한다. 도구적인 시선으로 작품을 감상한다는 뜻이다. 이 방식으로 반 고흐의 작품을 감상해본다면 구두'만' 보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혹은 낡은 구두를 잘 재현해냈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하이데거는 이 방식을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존재자 지향적인 방식으로 작품을 감상하게 되면 존재자의 사물적 측면을 지향하자마자 존재자를 떠나게 되기 때문이다. 도구적인 시선으로 작품을 감상하게 되면 감상자의 사유의 반성이 시작되고 형이상학적인 개념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감상자가 예술작품과 존재자의 해석을 지배하게 되어 존재자의 존재를 철저히 망각하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작품을 그 존재에서 만나는 방식

이 신발의 어두운 틈새에서는 농부의 고달픈 발걸음이 새겨져 있다. 신발의 질박한 무게 속에는 ... 신발 주인인 농촌 아낙네의 강인함이 배어 있다. ... 이 신발에 스며 있는 것은 ... 고난을 극복한 뒤에 찾아오는 기쁨이며 ... 죽음의 위협 앞에서의 떨림이다. 

하이데거는 이 작품이 존재자인 구두를 통해 농부의 '존재'를 드러내 주고 있다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작품을 그 존재에서 만나는 방식이다. 그리고 존재자인 구두를 은폐하지 않고 농부의 존재를 확연하게 드러낸 이 작품처럼, 그는 예술의 본질이 '진리의 비 은폐성'에 있다고 규정한다. 우리는 작품을 작품으로 "있게" 두어야 한다. 오직 그때만 작품은 자신의 소리를 낸다. 즉 작품이 존재하는 것이야말로 그 어느 것보다도 존재자를 드러내 주고 규정해주는 진리이다. 

이들 작품과의 만남에서 하이데거가 애쓰는 것은, 작품의 '있는 그대로의 있음'과의 지속적인 해석학적 순환에서의 만남이다. 
<미학의 역사(미학대계 제1권)> 중 '니체, 하이데거, 가다머의 예술철학(염재철)' 발췌


하이데거는 이와 같은 생생한 작품 존재의 모습에 의거하여  예술, 예술가, 감상의 규정을 이끌어냈다. 

예술이란 우리 일상에 가까이 있는 존재의 진리를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짜임새로 엮어 작품 속에 정립하는 것이다. 그리고 예술은 그렇게 정립된 존재 진리를 세계와 자연 속에서 지속적으로 빛나게 한다. 

예술가란 존재자의 진리가 작품에 적립되는 것의 통로일 뿐이다. 그는 예술적 창작을 '스스로 형태화하는 존재의 진리가 잘 담기도록 도와주는 행위'로 파악했다. 

감상이란 근원적으로 작품의 '보존'이다. 지금까지의 감상은 '예술가의 의도에를 얼마만큼 정확히 읽어내는가'가 잣대였다면, 그에게 감상은 작품 자체가 내는 본래의 소리를 듣는 것이고 그 소리가 잘 울리도록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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