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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도르노 Apr 26. 2022

나쁜 영혼은 나쁜 음악을 낳는다?

피타고라스학파의 음악미학 이야기

 어느 분야에서든 등장하는 피타고라스. 그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고 미학에서도 등장한다. 피타고라스에 의해 창설된 피타고라스 학파는 음악이 신의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좋은 영혼은 좋은 음악을 낳고 나쁜 영혼은 나쁜 음악을 낳는다고 생각했다.

피타고라스 (BC 580년경~BC 500년경)
음악은 신의 선물이다.

 피타고라스 학파는 미 개념의 철학적 정식화를 처음으로 수행했다. 이 당시는 '한도'와 '질서'가 그리스 사람들의 세계관과 미의식을 지배하던 가장 대표적인 개념들이었다. 피타고라스 주의자들에게 있어서 한정과 질서는 '그 자체로 좋은 것'으로 세계를 이루는 긍정적 원리였다. 반대로 무한정한 것은 '그 자체로 나쁜 것'으로 혼돈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의미에서 세계 자체를 '질서'라고 불렀고, 그들은 이 개념을 수학적 관점에서 이해했다.

 이들은 질서의 본질을 '수'에서 찾았다. 세계의 사물들은 조화와 균형을 가지고 있고 그 자체로 좋은 것이었다. 그리고 이 사실은 그들에게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다. 이렇게 수학적 관점에서 이해된 미 개념은 그들의 예술론, 특히 음악론에 그대로 반영된다.

 그들은 우주론적 질서 속에서 진행되는 세계의 모든 규칙적 운동이 조화로운 음을 낳는다고 생각했다. 이런 의미에서 우주(세계의 자연 현상)가 천구의 음악을 산출한다고 주장했고 그들에게 음악은 우주 자체의 깊은 내적 질서의 표현으로 간주되었다. 이렇게 음악은 우주의 수학적 질서라는 지고한 정신적 지위를 가지게 되었으며 신의 작품이라고 찬양받았다.


좋은 영혼은 좋은 음악을 낳고 나쁜 영혼은 나쁜 음악을 낳는다.

 피타고라스주의자들은 오르페우스 종교의 기본 교의와 종교적 관행을 수용했다. 오르페우스 종교의 교의에 따르면, 인간을 비롯한 만물의 영혼은 스스로의 죄로 인하여 신체의 감옥에 갇혀 있는 처지이다. 이런 처지에 놓여 있는 영혼을 신체의 감옥에서 해방시키는 것이 인간의 삶이 갖는 본래적 목표인데, 이 목표는 부단한 종교적 노력에 의해 달성된다고 한다.

 이에 영향을 받아 피타고라스주의자들은 음악을 통한 영혼 정화와 성격 교육에 대한 교의를 정립하게 되었다. 이는 좋은 음악은 듣는 이의 영혼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나쁜 음악은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대변한다. 즉 음악을 인간의 감정과 성격을 표현하는 활동으로 간주했다는 뜻이다. 그들은 이러한 감정과 성격의 표현을 '모방'이라고 불렀다.

피타고라스주의자들 중의 한 사람인 다몬은 이와 같은 모방 개념에 의거하여 음악의 요소(리듬, 화성, 멜로디)가 각각 삶의 모방물이라고 말했다.

다몬(왼쪽, 잡혀 가는 사람)

따라서 다양한 종류의 리듬들, 화성들, 멜로디들은 인간 영혼이 갖는 다양한 성격들에 상응하는 표현양식들임을 주장했다. 즉 음악을 만드는 사람의 성격이 그대로 표현된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좋은 영혼은 좋은 음악을 낳고 나쁜 영혼은 나쁜 음악을 낳는다. 그리고 음악을 통해 표현되고 있는 영혼의 성격은 듣는 이의 영혼 속에 유사한 모습으로 심어지거나 일깨워진다. 결국 좋은 영혼이 표현하는 좋은 음악은 듣는 이의 영혼과 성격을 개선시키며, 나쁜 영혼이 표현하는 나쁜 음악은 듣는 이의 영혼과 성격을 타락시킨다는 생각으로 귀결된다. 음악의 교육적 역할에 대한 이와 같은 생각은 그리스인들의 음악론 속에서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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