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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도르노 May 03. 2022

아름다움에 대하여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미

 조화와 균형이 곧 아름다움이라고 했던 피타고라스와 쾌락을 중요시했던 소피스트. 오늘의 글에서는 확연히 다른 두 갈래 중에서 피타고라스 학파의 영향을 받은 세 인물이 등장한다. 이 세 명은 기본적으로 한도와 질서를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미와 테크네를 조금씩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 (BC 470 ~ BC 399)

 그는 아름다움에 대한 피타고라스적 사고방식에 '적합성'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도입했다. 적합성이란 사물 자체가 갖는 고유한 기능과 목적에 대한 부합 여부를 그 기준으로 갖는다. 예를 들어 의자는 앉아있기 위해 제작된 물품이다. 그런데 이 의자를 앉아있지 못하는 형태로 만들거나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한다면 그것은 아름답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적합성의 개념은 로마인들에게 받아들여져 피타고라스 미 개념과 함께 미에 대한 사고의 한 축을 이루게 되었다.

 소크라테스는 예술론에 있어서도 새로운 논의를 도입했다. 테크네란 모든 기술의 총칭이니 이 또한 테크네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그의 새로운 논의는 모방 개념을 조형예술로 확장시킨 것이었다. 피타고라스학파에게 모방은 내적인 것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한다는 의미였다. 이와 달리 소크라테스는 회화를 중심으로 조형예술의 본성을 모방에서 찾았다. 그리고 이 모방을 "보여지는 것의 모사"라고 규정했다. 이러한 모방 개념은 주어진 어떠한 것에 대한 닮은꼴을 만들어내는 작업으로 오늘날의 모방 개념의 의미에 부합한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모사하는 것이 아닌 선택적, 이상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모방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그의 모방은 한 사람의 영혼이 갖는 특성들을 구체화하는 작업 또한 포함하고 있다.


플라톤

플라톤 (BC 427 ~ BC 347)

 플라톤은 미를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과 행위, 덕과 진리가 갖는 아름다움이라고 이야기한다. 사실상 좋음의 개념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의 적합성은 포함하지 않는다. 그에게 참으로 아름다운 것은 항상 그것 자체로서 좋은 것이다. 이런 넓은 의미의 미 개념 아래에는 눈과 귀에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것 이외의 많은 것들이 포괄된다. 따라서 소피스트의 감각-쾌락-상대주의 미 개념도 거절된다. 참된 아름다움은 감각이 느끼는 대로 반응하는 쾌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며 비로소 파악되는 사물들의 객관적 속성이기 때문이다. 미는 결국 피타고라스주의 전통 그대로 한도, 조화, 균형에 본질이 있는 것으로 설명된다.

"한도와 균형이 확실히 어디서나 우리에게 아름다움과 미덕으로 주어지게 된다."

 플라톤은 아름다움의 참다운 본성을 신적 가치의 차원에서 찾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감각의 세계는 참된 실재의 세계가 아니다. 이곳은 참된 실제 세계의 그림자와 같은 모상일 뿐이다. 참된 실재 세계는 이데아들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아름다움의 이데아는 영원불변하다. 살거나 죽지도 않고, 증감하지도 않으며, 변화하지 않고,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달라지지도 않고, 영원하고 독립 자존하는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테크네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도 그리스의 전통을 따라 넓은 의미의 개념을 수용했다. 그리고 테크네를 활용의 기술, 생산의 기술, 모방의 기술 이렇게 세 범주로 구분했다. 말을 타는 기술, 고삐를 만드는 기술, 이 고삐를 그림으로 묘사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따라서 화가의 기술은 모방의 기술이며 음악, 무용을 포괄했다. 특히 플라톤은 음악의 미적 특성 두 가지를 제시했는데, 첫째는 웅대하고 용감한 성향이고 둘째는 질서에 부합하며 절제되어 있는 특성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는 테크네의 특성을 갖지 않고 전적으로 영감에 기인한다고 생각하여 테크네와 무관한 활동으로 분류되었다. 이러한 플라톤의 생각은 모방 개념의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점을 형성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아리스토텔레스 (BC 384 ~ BC 322)

그는 기본적으로 피타고라스의 전통적 미 개념을 따르면서 플라톤을 계승하고 있다.

"아름다움을 이루는 최고의 형식들은 특히 수학적 학문들이 보여주는 질서와 균형과 제한이다."

플라톤과 다른 점은 '크기'의 개념을 미 개념의 한 요소로서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그에 따르면 아름다운 것은 질서와 균형 이외에도 우리가 지각하기에 적합한 크기를 가져야 한다. 너무 작은 것도 너무 큰 것도 아름다울 수 없다. 왜냐하면 너무 작은 것은 분명히 지각되기가 어렵고 너무 큰 것은 단번에 하나의 전체로서 지각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테크네 역시도 그리스 전통과 플라톤의 구분방식을 수용했다. 예술활동 역시 모방의 개념 아래에서 이해되고 있다. 예술활동들 자체를 본질적으로 인간의 모방 충동에 기인하는 활동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모방의 본능에 의해 다른 동물들과 구별된다고 말한다. 인간은 모방을 통해 배움의 첫걸음을 시작하며, 즐겁지 않은 어떠한 것도 모방을 통해 재현될 경우에는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이것은 모방된 것을 보고 그것이 무엇에 대한 모방인지 식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인간은 배움과 인식의 즐거움을 갖게 된다. 실질적으로 예술이 모방하는 것은 인간의 성격과 감정이기 때문에 시, 음악, 무용을 동류의 활동으로 간주하고 있다. 여기서 플라톤과의 차이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시'를 모방 개념에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그는 플라톤적 재현의 의미를 확대시켜 적용했다. 이때 예술활동의 모방은 그의 모방은 인간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객관적인 자연에 대한 모방이 아닌 인간 자신의 삶의 본성에 대한 모방이다. 그의 모방 개념의 중심에는 인간의 삶이 실질적 대상이기 때문에 오해하지 않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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