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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도르노 Nov 01. 2022

진정한 예술은 우리 머릿속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크로체 예술론

베네데토 크로체(Benedetto Croce, 1866 ~ 1952) 이탈리아

이탈리아의 관념론 철학자인 크로체에게는 '정신의 철학'이라고 부르는 철학 체계가 있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한 핵심적인 개념은 바로 '직관'이다. 크로체는 모든 인간 정신활동의 기초가 되는 독립적인 지식이 직관적인 앎이라고 결론지었다. 크로체는 이 직관적 지식을 다루는 학문이 바로 미학이라고 말했고 그의 철학 체계는 미학을 근본으로 삼아 형성되었다.

*관념론 : 물질적인 것보다 사람의 마음속에 나타나는 표상, 개념 등을 우선으로 보는 입장


직관

직관이란 실재하는 것에 대한 지각과 가능적인 것에 대한 단순한 이미지가 서로 구별되지 않은 채 통합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크로체가 말하는 직관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직관보다 더 넓은 의미이다. 사물을 즉각적으로 통찰하는 신비한 능력 같은 의미가 아니라 '앎이 일어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을 말한다. "세계에 대한 인간 최초의 태도"이며, "아무런 지성적 성격이 없는, 무언가에 대한 우리 마음의 최초의 집중"의 결과로 머릿속에 명확하게 떠올리게 된 형상, 소리 혹은 단어이다. 사물들에 대한 지각뿐만 아니라 내가 사물을 사용할 때 순간 나의 뇌리를 스치는 이미지 역시 직관인 것이다.


표현

크로체는 직관을 표현이라는 말로 다시 설명한다. 그에게 직관되기 이전의 것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그저 혼연 하고 수동적인 인상일 뿐이었고, 그 불분명한 영역을 감정이나 느낌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렇게 불분명하고 파악되지 않은 인상에 우리의 정신이 능동적으로 개입하여 명료하게 객관화시키는 것이 직관이므로 그것을 표현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한다.


예술론

크로체는 자신의 저서 [표현학 및 일반 언어학으로서의 미학]을 통해서 예술이 곧 직관이자 표현이라는 이론을 제시했다. 예술작품이 곧 직관적 특징을 가진 것이고 직관적 지식의 좋은 예시라고 간주한 것이다. 크로체의 예술론에서 주목할 점은 '표현'의 범주이다. 우리는 보통 '예술작품으로 표현한다'라고 하면 '내적으로 가지고 있던 것을 객관화시켜 밖으로 드러낸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하지만 크로체에게 표현은 '내적으로 형성되는 것 그 자체'였다. 이에 따르면 우리가 예술이라고 부르는 물리적 대상은 더 이상 예술이 아니게 되는데, 크로체는 오히려 이것을 적극적으로 옹호한다. 그에게 있어 진정한 예술은 우리의 머릿속에서 완성되는 것이고 상상력이 만들어낸 내적 이미지 그 자체인 것이다.

외적 구현

그는 그림을 그리거나 작곡을 하는 예술창조 활동을 '외적 구현'이라고 불렀다. 외적 구현에는 예술가 스스로 직관을 기억하려 하거나 직관을 타인에게 전달하려는 목적이 있다. 그리고 이 목적을 위해서 수단이 있게 된다. 하지만 직관이 곧 표현이라고 말한 크로체는 진정한 예술을 위해서라면 이것은 전혀 필요하지 않은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20세기 중반 이후 영미 분석미학자들은 이러한 '크로체-콜링우드 이론의 성공과 실패'를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크로체의 이론은 표현에 대해서 새로운 설명을 발전시킬 계기가 되었다는 점, 예술의 가치에 대해 유효한 통찰이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보았던 물리적 예술작품은 예술이 아니게 되는 점이 받게되는 비판과 관념론 자체를 불신하는 학자들의 비판 등을 실패점으로 볼 수 있다. 크로체의 예술론은 관념론 철학 내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주제였음에도 비판점들로 많은 지지자들을 잃어왔지만, 여전히 현대철학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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