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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도르노 Nov 08. 2022

예술가는 공동체를 위해 공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콜링우드 예술론

로빈 조지 콜링우드 (Robin George Collingwood, 1889 ~ 1943) 영국

콜링우드는 언어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철학 자체를 문학의 한 분과로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언어의 목적과 본질이 진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예술은 언어 그 자체이며, 우리 각자가 하는 모든 제스처가 예술작품이라고 말한다. 그에게는 예술도 언어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요소였던 것이다.


진정한 예술

콜링우드가 이렇게 예술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이유는 예술가의 임무가 자신의 성실한 의식 자체를 명료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예술가 본인이 정서적 창조와 이해의 주체가 된다. 예술가가 진실로 관심을 가지는 대상은 자기 자신인 것이다. 진정한 예술은 가시화, 즉 표현하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삼지 않는다. 원초적인 수준의 심리적 동요를 상상력에 의해 재구성하여 정서적 충만에 이르게 하는 것이 진정한 예술이며 예술가의 역할이다. 이 방법으로 예술가는 자신의 감정을 개별화하고 명료화하면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예술이라고 잘못 불리는 것들

콜링우드는 이 진정한 예술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 '예술이라고 잘못 불리는 것들'에 대한 구조를 밝히려고 했고, 이를 위해서 '예술'과 '기술'을 구별했다. 또한 자신의 저서 [예술의 원리]에서 예술이라고 잘못 불리는 것들을 네 가지로 구분했다. 동시에 그는 오늘날의 미학은 '예술'이 모두 옳다고 하기 때문에 이런 구별이 중요하게 강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로서의 예술

콜링우드는 기술이 예술과 쉽게 혼동되는 이유 중 하나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테크네'를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기술이 예술이 아님을 논증하기 위해 기술의 특징 6가지를 제시했다.

각자 독립적인 수단과 목적을 가지고
계획과 실제로 제작하기 위한 수행과정이 구별되고
재료와 완성된 제작물은 구별된다.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이렇다. 제빵사가 '케이크 굽기'라는 목적을 위해 반죽을 섞는 과정에서 달걀흰자를 휘핑하는 것처럼, 목수가 테이블을 만들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것과 별개로 실제로 만드는 수행과정이 있어야 완성되는 것처럼, 재료와 완성된 제작물은 구별된다는 것이다.

    재현으로서의 예술

재현이 예술이 아닌 이유는 원본과 닮은꼴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특정한 기술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마술로서의 예술

여기서 마술이라 함은 종교, 애국심, 스포츠처럼 어떤 식으로든 마법적인 이유에서 행해지는 의식화된 행동을 말한다.

    오락으로서의 예술

우리가 생각하는 오락을 칭하는 게 맞다. 콜링우드는 마술과 오락은 특정한 감정들을 산출하기 위한 일종의 '심리적 조종술'로서 결국 기술의 부류에 속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 시점에서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콜링우드가 말하는 진정한 예술이 '비기술적인 행위로써의 예술'이라는 점이다. 창조자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동할 필요도 없고, 선입견을 가진 계획을 따르지도 않고, 원료라고 부를 수 있는 어떤 것도 변형하지 않아야 한다. 일회적이고 구체적인 의식 그 자체를 변형하기 않고 만들어내는 것이 진정한 예술의 의미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

심적인 부분에 상당히 집중하고 있는 콜링우드에게 예술은 굳이 물리적으로 가시화될 필요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콜링우드는 크로체와 달리 예술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진정한 예술의 내용을 구성하는 사고는 예술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동체에게 속한다'라고 말한다. 예술적인 '생각'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콜링우드에게 예술은 부패한 의식에 대한 치료제였다. 예술은 치료제로서 공동체에게 제시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완전한 내적 경험을 '외부화'해서 예술작품을 만들어내야 하며, 물리적으로 체현된 작품을 대면할 때 감상자는 예술가가 경험한 감정의 표현을 성실하게 자기 자신의 것으로 마음 안에서 재구성한다. 이로 인해 감상자는 자기 자신의 예술적 재창조를 성취할 수 있게 된다.

예술가의 임무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고, 그가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감정들은 그가 느끼는 것, 즉 그 자신의 것이다. ..... 만일 그가 청중의 판단을 조금이라도 중요하게 여긴다면, 오직 그것은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들이 청중들에 의해 공유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바꾸어 말해서, 예술가는 자기의 사적인 혜택을 위해 개인적인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속한 공동체를 위해 공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 [예술의 원리]


콜링우드의 예술론은 지나치게 관념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감상자가 수행하는 재창조와 협력적 이능을 강조함으로써 예술의 사회적 지평을 열어놓았고, 집단적 정체성의 시각에서 예술작품의 존재론적 지위를 해명함으로써 포스트모던 시대의 예술 애호가들에게도 호소력 있는 예술론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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