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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도르노 Nov 29. 2022

문화적 창조물들은 모두 상징으로 구성되어 있다.

카시러 상징형식 철학

에른스트 카시러(Ernst Cassirer, 1874 ~ 1945) 독일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이후, 인간 이성이 사회생활에 있어서 결정적인 힘이라는 믿음이 산산히 부서졌다. 지금까지는 사람들의 행동들이 객관적 진리나 냉정한 심사숙고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했었지만, 때로는 강력한 충동에 의해서도 규정될 수 있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게 된 것이다.


신칸트철학

 법학을 시작으로 예술, 문학, 역사 등을 공부한 카시러는 다양한 학문적 편력 끝에 결국 철학에 도달했다. 당시 대부분의 독일 대학은 '신칸트철학'이 지배하고 있었다. 신칸트철학이란 칸트의 사상을 이어받으며 무비판적인 과학 지상주의를 거부한다. 신칸트철학의 목표는 과학과 철학 사이에 올바른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었다.

 카시러의 스승은 이러한 신칸트철학을 창시한 H. 코헨이었다. 코헨은 사고만이 존재를 산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간 이성만이 리얼리티의 이해로 이르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 카시러는 코헨의 사상을 이어받았지만 자신의 스승의 인식론은 너무 일면적이라고 비판하며, 인간 이성뿐만 아니라 상상력, 감정, 의지 등을 포함한 인간 마음의 모든 것이 리얼리티의 개념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인간 마음의 모든 다양성과 풍부함을 포함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던 카시러는 '상징형식'을 구상했다.


상징형식 철학

 화이트헤드의 철학을 '과정철학'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면, 카시러의 철학은 '상징형식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카시러는 세계가 <신화, 예술, 언어, 과학> 등과 같은 '상징'으로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이 같은 상징들이 문화적 창조물로 조직화하기 위해서는 정신에 의해 부여되는 관계형식이 요구되고 카시러는 이것을 '상징형식'이라고 명명했다. 상징형식은 각자의 관점이나 의미 실현 방향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형태들로 나타날 수 있고 그에 따른 다양한 문화적 창조물들이 생겨날 수 있는 것이다. 카시러는 상징형식들을 통해 인간의 내부에서 외부로 향하게 되고 세계와 마음 간의 종합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카시러는 자신의 철학이 이 상징형식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밝혀내고, 그것들을 하나의 체계로 묶어내는 문화철학을 목표로 한다고 말하며 이 목표를 위해 다양한 문화적 창조물들의 형성 과정에 주목했다.

 신화가 상상력을 주된 능력으로 하여 경험을 객관화한 의미 세계라면, 언어와 과학은 사물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개념적 객관화를 이루고자 하는 오성(인간의 인식능력)의 힘이 두드러지는 의미 세계이고, 예술은 중간에 위치한 의미 세계로 상상력과 오성 간의 조화를 통한 인간의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카시러는 히틀러가 등장한 독일을 보고 독일의 종말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며 망명을 결심했고, 결국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그는 이 끔찍한 전체주의가 등장한 이유가 정치적, 사회적 신화에 있다고 말한다. 상상력을 주된 능력으로 하는 정치적 의미 세계의 테크닉이 인간 문화를 철저히 파괴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우리의 인간 문화는 이러한 시화적 사고와 싸워 신화의 힘을 그것보다 우월한 힘으로 진압해야 한다. 이 힘들이 충분히 강할 때 신화는 길들여지고 억압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혼란이 일어나고 신화적 사고가 인간문화를 지배하게 된다. 그리고 그 우월한 힘이 바로 지적, 윤리적, 예술적인 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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